스페이스X를 어찌할꼬...우주ETF '이중고' [마켓딥다이브]

입력 2026-06-18 14:47
수정 2026-06-18 14:46
스페이스X 급등에도 우주 ETF는 급락 '우주 테마' 강조 위해 소형주 무리하게 편입 자산운용업계 과당 경쟁이 빚은 결과
최근 글로벌 투자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스페이스X 상장 이후의 후폭풍을 짚어보겠습니다. '세기의 IPO'로 불리며 엄청난 관심이 쏠렸고, 국내 우주항공 테마 ETF에도 3조원 넘는 자금이 유입됐습니다.

<앵커>

투자자들은 ETF를 통해 스페이스X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려는 기대가 컸을 텐데요. 정작 스페이스X 주가는 공모가 대비 크게 뛰었는데, 관련 ETF들의 수익률은 오히려 저조하다고요?

<기자>

스페이스X 주가는 상장 이후 40% 이상 급등했지만, 이를 앞세워 마케팅했던 우주항공 ETF들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순자산 규모가 2조 2000억원에 달하는 'TIGER 미국우주테크'의 흐름을 보면요. 지난 5월27일 1만 9000원선을 돌파했던 주가가 현재 1만 1800원 수준까지 주저앉았습니다. 스페이스X 상장 직전인 한국시간 12일 1만 4500원으로 단기 고점을 찍은 후, 3거래일 만에 19.46% 급락했습니다. 다른 우주항공 ETF들도 이와 비슷한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앵커>

스페이스X 주가는 고공행진 중인데, ETF 가격은 왜 오르지 못한 건가요?

<기자>

두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첫째는 스페이스X 주식을 공모가 135달러가 아닌, 급등하고 난 뒤 가격인 '시장가'로 매수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입니다.

스페이스X 주식을 공모가로 담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투자금이 몰렸지만 정작 국내에 배정된 물량은 한 주도 없었죠. 당연히 ETF로 배분될 스페이스X 공모주 물량도 없게 됐고요. 결국 운용사들은 상장 후 가격이 치솟은 시장가로 스페이스X 주식을 매수해야만 했습니다.

<앵커>

운용사들이 애초에 공모가로 투자할 수 있다고 홍보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ACE 미국우주항공액티브' 같은 상품은 '공모가 투자' 'IPO 참여'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물량을 전혀 확보하지 못해 비싼 시장가로 편입하게 되면서 과장 광고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현재 금융감독원에서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며, 일부 투자자들은 집단 소송까지 준비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스페이스X를 비싸게 매수한 것도 타격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편입된 다른 종목들마저 상황이 좋지 않다고요?

<기자>

스페이스X 상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5월 중순부터 우주 테마주들이 동반 급등했습니다. 이 시점이 바로 국내 우주 ETF들이 고점을 찍었을 때입니다. 상장 전이라 스페이스X 대신 다른 우주 관련 종목들로 포트폴리오를 꽉 채워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페이스X 상장이 임박하고 실제 상장이 이뤄지자 수급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스페이스X 청약에 참여하거나 매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그동안 많이 올랐던 다른 우주 관련주들을 팔아치우기 시작한 겁니다.

여기에 ETF 자체적인 기계적 매도 물량도 쏟아졌습니다. 글로벌 우주 ETF들이 대장주인 스페이스X를 편입할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중이던 우주 관련주들을 대거 처분하면서 하락세가 더 깊어진 거죠.



<앵커>

이중고를 겪게 된 셈이네요.

<기자>

전체 비중의 25~30%를 차지하는 스페이스X는 시장가로 담아 수익에 별 도움이 안 됐고, 70~75%를 차지하는 기타 종목들은 스페이스X 상장을 기점으로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ETF 전체의 수익률을 크게 갉아먹은 셈입니다.

<앵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네요. 애초에 상품 구조가 왜 이렇게 불안정했던 겁니까?

<기자>

업계에서는 운용사 간의 '베끼기 경쟁'이 낳은 부작용으로 분석합니다. 처음 하나자산운용의 '1Q 미국우주항공테크' 상품이 흥행하자, 타 운용사들도 앞다퉈 유사한 우주항공 테마 ETF를 출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후발 주자들은 투자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최대 비중' '최대한 빠른 편입' 등 자극적인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선발 주자인 1Q 상품의 경우 대형 방산주나 미국의 우량 항공주를 위주로 담아 변동성을 낮췄습니다. 반면 나중에 출시된 상품은 우주 테마를 강조하기 위해, 시가총액이 10억~30억달러 규모의 중소형주까지 무리하게 쓸어 담았습니다. 오를 때는 급등하지만, 하락장에서는 방어선 없이 추락하는 불안정한 구조를 자초한 겁니다.

운용사들의 과당 경쟁이 실현 불가능한 'IPO 참여'라는 무리수 마케팅을 낳았고, 포트폴리오마저 자극적으로 꾸리려다 보니 변동성만 극도로 키웠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