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 짐 될 수 없어"…밤낮없는 병간호 '비극'

입력 2026-06-18 10:50
'간병살인' 가해자 70% 이상 심신 악화…상담은 30%뿐


간병 부담으로 가족의 목숨을 앗아가는 이른바 '간병 살인' 사건의 상당수가 간병인의 심신 고통과 사회적 고립 속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NHK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일본 전역에서 발생한 간병 살인 및 상해치사 사건 중 재판 판결문 등을 통해 경위를 확인할 수 있는 46건을 분석한 결과, 가해자의 71.7%가 사건 전 신체적 통증이나 질병 등으로 심신 상태가 악화된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장기간 이어진 병간호로 수면 부족에 시달리다 적응장애나 우울증 등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사례도 전체의 39.1%에 달했다.

그러나 어려움을 주변에 털어놓은 경우는 많지 않았다. 사건 발생 전 가족이나 복지 관계자와 상담한 사례는 30.4%에 그쳤다.

판결문에는 간병 부담을 스스로 떠안으려다 고립된 정황도 다수 담겼다. "병간호를 타인에게 맡길 수 없다"라거나 "자녀에게 짐이 될 수 없다"는 등 이유로 문제를 혼자 감당하면서 사회와 단절된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 장기 요양 서비스를 이용한 경우도 54.3%에 머물렀다.

여기에는 환자 본인이 서비스 이용을 거부해 혜택을 받지 못한 사례도 포함됐다.

사이토 마오 리쓰메이칸대 교수는 "현재 제도는 요양 대상자 중심이어서 병간호를 도맡는 가족의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며 "사회가 가족 간병을 미화하지 말고, 간병 가족의 생활과 건강 상태를 지원하는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