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서 인구수를 1천만명 이하로 제한할 것인지를 묻는 국민투표가 치러진 끝에 부결됐다.
2050년까지 국가 전체 인구를 1천만명이 넘지 못하도록 통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발의안을 두고 14일(현지시간) 스위스 국민투표가 치러졌다. 찬성 45%, 반대 55%로 이 발의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투표율은 57%로 집계됐다고 블룸버그 등 외신이 전했다.
현재 스위스는 인구 910만명을 기록 중이다. 이민자들이 몰려 21세기 들어서만 인구가 200만명이 늘었다.
'지속가능 계획'으로 명명된 발의안은 우파 포퓰리즘 정당인 스위스국민당(SVP)이 주도했다. 외부 유입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국가 기간 시설에 과부하가 걸리고, 주택 임대료가 급등하는가 하면, 국가 정체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이 정당은 주장했다. SVP는 스위스 의회에서 최다 의석을 보유한 정당으로 오랫동안 이민 문제를 쟁점화해왔다.
농촌 지역의 경우 찬성 의견이 우세했으나 제네바와 로잔 등 프랑스어를 쓰는 서부 대도시에서 반대표가 쏟아져 부결로 이어졌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만약 발의안이 통과됐으면, 스위스 정부는 2050년까지 인구를 1천만명 이하로 유지하기 위한 조처를 해야 했다. 인구가 950만명에 도달하면 난민 수용, 가족 초청 이민, 거주 허가증 발급 등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양측 시민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유럽연합(EU)과의 협정을 폐기해야 할 수도 있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투표를 스위스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투표로 부르기로 했다. 이번 발의안에 대해 스위스 정부와 재계는 "자해적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국민투표 부결을 독려했다.
이민 증가 덕분에 의료와 보건, 금융, 제약, 기술 등 산업 전반에 필요한 숙련된 노동력과 전문 인력을 충당해 왔다는 것이 정부와 경제계의 입장이다.
이번 발의안에 대한 찬반 의견이 엇비슷한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정부와 재계는 발의안 통과 시 최대 교역 상대인 EU와의 관계 약화가 불가피하고, 유럽 단일 시장 접근에도 차질이 빚어져 국익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연일 강조해 왔다. 정부 보고서는 국민투표가 가결되면 금세기 말 경제규모가 12% 축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위스와 EU가 2002년 상호 거주·취업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자 스위스 인구는 23% 증가했고,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도 24% 성장해 경제 규모 역시 눈에 띄게 커졌다.
로이터는 현재 스위스 인구 중 외국인이 약 28%를 차지한다며 현재와 같은 이민 추세가 이어지면 스위스 인구는 2040년대 초 1천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짚었다.
스위스는 직접 민주주의 제도를 운용하는 국가로, 유권자들은 연 4차례 실시되는 국민투표로 주요 정책 결정에 직접 참여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