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 정용진 전면 등판에...분위기 전환 여부 관심"

입력 2026-06-09 16:23
수정 2026-06-09 17:55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이마트의 지휘봉을 잡는다. 13년 만에 이마트 등기이사로 복귀하며 책임경영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업계에선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마케팅 사태에 그룹 쇄신과 함께 직접 위기 돌파에 나선 것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다만 이미 등을 돌린 소비자들의 마음을 다시 돌리기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직접 핵심 계열사 챙기기 나선 정용진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난 8일 정 회장이 신세계프라퍼티 각자대표로 내정됐다고 밝혔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이사회를 통해 정 회장을 등기이사로 추천한 뒤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마트 역시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정 회장을 각자대표로 내정했으며, 내년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선임할 계획이다. 특히 정 회장이 이마트 등기이사로 복귀하는 것은 지난 2013년 이후 13년 만이다.

정 회장의 대표이사 내정은 당면한 현안들을 신속하게 해결하고 그룹의 미래 성장을 진두지휘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게 신세계그룹 측의 설명이다.

특히 이번 결정은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마케팅 사태를 거치며 정 회장이 공언한 스타벅스코리아와 신세계그룹의 쇄신을 한층 적극적으로 챙기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마트는 스타벅스코리아 최대주주로, 이마트 대표이사는 스타벅스코리아 이사회 구성과 회사 운영에 막중한 책임을 진다. 실제 등기임원은 미등기임원과 달리 이사회에 속해 경영 활동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진다. 이 때문에 오너의 사내이사 선임은 책임경영의 지표로 판단된다.

정 회장은 "회사 경영에 대해 명확한 책임을 지라는 시장의 요구를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며 "앞으로 대표이사로서 이사회와 주주의 평가를 받겠다"고 말했다.

▲"정용진 전면 등판, ESG 경영 관점에서 긍정적"

이번 정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에 업계와 학계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미등기이사 상태로 그룹 전반에 관여하던 오너가 법적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 신분으로 들어온 만큼, 의사 결정과 성과 부진에 따른 책임 소재가 더욱 분명해졌다는 설명이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해 회장으로 승진했을 때도, 이번 스타벅스코리아 '탱크데이' 마케팅 사태 때도 미등기이사의 지위를 유지해 권한에 상응한 법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실제 한국기업거버넌스 포럼은 지난해 정 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을 당시 책임감 있는 경영을 위해서는 등기이사 선임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여기에 업계에선 현행 상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의 법적 부담을 이유로 오너 일가가 등기이사 자리를 꺼리는 가운데 정 회장이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실제 올해 초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가운데 최근 5년간 등기임원 비교가 가능한 49개 그룹을 조사한 결과, 총수가 맡은 등기임원직은 지난 2020년 117개에서 지난해 100개로 14.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재해 발생이나 주주 보호 등 등기이사에 대한 법적 부담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이정환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재벌 오너 일가가 등기이사 자리를 꺼리는 가운데 정용진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는 책임경영 차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여론 반전엔 역부족"…진정성 있는 행보 필수

이번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마케팅 사태에 대한 책임 의지로 정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했지만, 분위기 반전에 나서기엔 쉽지 않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한 번 돌아선 여론을 되돌리기엔 지배구조 개편만으론 역부족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등기이사 복귀가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라면서도 "이번 사안은 책임경영보다는 누적된 정치적 논란 이미지에 소비자 감정이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로 지배구조 개편만으로 여론이 반전되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책임 경영을 전면에 내건 만큼, 그룹 차원의 위기 돌파 의지는 명확해 보인다"면서도 "스타벅스코리아 사태 여파와 실적 개선 부담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번 인사만으로 시장의 평가를 단숨에 돌려 세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미 등을 돌린 소비자들의 마음을 다시 되돌리기엔 이번 지배구조 개편만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신뢰 회복'을 위한 진정성 있는 행보가 필수적이란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대표가 되는 것이 책임경영은 아닐 것"이라며 "대표가 된 이후에 아직까지 의문으로 남아있는 부분을 좀 더 명확하게 하거나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주문하는 등 추가적인 액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직접 광주에 가서 사과를 하거나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행보가 뒤따르지 않으면 이번 결정이 오히려 '이슈 회피용 카드'로 읽힐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