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투자 환경에서 '안전자산'으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하던 금이 랠리를 멈추고 올해 상승 분을 모두 반납했다. 올들어 되돌림 흐름을 보이던 금 선물 가격은 미국 금리 인하를 기대하던 시장이 정반대로 '금리 인상'을 예상해야 하는 분위기가 되자 하루새 3% 넘게 빠지며 낙폭을 확대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 선물은 5일(현지시간) 온스당 4,365.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따라 금 선물 가격은 연초 수준으로 떨어지며 올해 상승분을 모두 토해 낸 수준이다. 금 선물 가격은 작년부터 고공 행진을 지속하며 올해 초 온스당 5,500달러대까지 오른 바 있다.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서울 종로구 등 전국의 귀금속거리에는 장롱 속에 묵혀둔 돌반지는 물론 14k 핸드폰고리, 순금카드, 금니 등 자투리금을 팔러 나선 이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등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 역시 폭증했다.
해외 금 ETF(IAU)에 투자해온 한 투자자는 "일단 한 번 정리했다"면서, "미-이란 간 종전 가능성이 언급되자 금 가격이 바로 반응하는 것을 보고 금이 트레이딩(매매) 자산처럼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헤지(위험 분산)용으로 금을 매수했지만 이젠 다른 안전자산을 물색할 것"이라고 했다.
금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중동전쟁발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속화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자 반대로 금 가격은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상승과 주요 선진국 재정 악화 우려에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투매 현상이 지속되면서 채권 수익률은 상승세다. 국채 가격과 수익률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미 국채 10년물 및 30년물 금리는 심리적 저항선인 4.5%와 5.0%를 각각 돌파했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금 가격은 대체로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달러화로 거래되는 금의 체감 가격이 높아지고, 채권 금리가 오르면 금 보유에 대한 상대적인 매력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고용 상황이 5월 들어서도 예상 밖으로 회복력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연준이 연내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이 확산하자 금값 '하방' 압력은 더욱 거세진 모습이다.
미·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이 경기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고용 상황이 5월 들어 예상을 크게 웃돌아 회복력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방향으로 바뀔 것이란 기대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금은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의 실질금리가 상승할 경우 달러화에 견준 금값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채권 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어 금값도 당분간 기지개를 켜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금 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을 점치면서도, 전고점을 웃돌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조정을 'Buy the dip'(저가 매수) 기회로 평가하며 올해 금 가격 전망치를 온스당 4,400∼5,600달러로 제시했다. 미국 등 주요국 재정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수혜를 볼 자산으로 금을 지목했다.
키움증권은 "하반기 금 가격 상승 추세는 지속될 것" 이라면서도, 국채금리 반등 등으로 금에 대한 투자 심리는 이전보다 약화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신한투자증권은 "단기 조정 이후 6,000달러를 향한 재상승 국면"을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