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은 '피부과'인데…"아토피 진료 안 합니다" 퇴짜

입력 2026-06-06 10:53
피부과 간판 늘었지만, 피부 질환 진료는 부족 수익성 문제로 미용 진료로 쏠림 현상 정부, 피부과 간판 표기 규제 검토


피부과 간판은 거리마다 넘쳐나지만 아토피·두드러기 같은 피부 질환은 진료하지 않는 '피부과'가 많아, 정작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병원을 찾지 못해 불만이 나온다.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2일 네이버에 '강남역 피부과'를 검색해 상단에 노출된 병원 40곳에 건선 등 피부 질환 진료 여부를 문의한 결과, 단 3곳만 "진료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2곳은 현장 접수만 가능해 2시간 이상 대기해야 한다고 했고, 1곳은 간단한 약 처방만 된다고 선을 그었다. 나머지 37곳은 "피부 미용 진료만 봅니다", "비보험 진료만 가능합니다" 등의 답을 내놨다. 간판에 '피부과'가 들어간 인근 병원 5곳을 직접 찾아 물었을 때도 전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런 세태는 최근 풍자 소재로도 등장했다. 4월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는 '스마일 클리닉' 에피소드에서 피부과 간판을 내걸고도 아토피 환자를 돌려보내는 병원을 그리며, '피부'를 다룬다면서 정작 피부병은 보지 못하는 '피부과 병원'의 실태를 꼬집었다.

혼란의 배경에는 교묘한 간판 표기가 있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40조에 따르면 피부과 전문의만 의료기관 명칭에 전문과목을 넣어 '○○피부과의원'으로 표시할 수 있고, 일반의는 환자가 오인하지 않도록 '○○의원 진료과목 피부과'로 적어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 병원은 '진료과목' 글씨를 깨알같이 작게, '피부과'만 크게 키워 전문의가 있는 의원처럼 보이게 한다.

두드러기 치료를 위해 피부과 간판을 보고 찾았다가 거절당한 대학생 심모(23) 씨는 "레이저나 리프팅을 기다리는 미용 환자들 사이에서 아픈 나는 불청객처럼 느껴졌다. 결국 다음 날 가정의학과에 가서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의가 있는 병원조차 질환 진료를 외면하는 근본 원인은 수익성이다. 김선민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피부과 의원 1곳당 평균 건강보험 청구액은 4억2400만원으로 정형외과(11억9600만원), 내과(8억7300만원), 외과(8억900만원)보다 크게 낮다. 가격이 정해진 보험 급여 진료만으로 높은 개원 비용과 유지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보니 비급여 미용 진료로 쏠리는 것이다. 문제는 1차 진료에서 걸러지지 못한 환자들이 정확한 초기 진단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진숙 의원실이 심평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7월 일반의가 새로 연 의원 176곳 중 피부과 신고가 146건으로 83%를 차지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비전문의 의원 간판에서 '진료과목' 표기를 없애 미용 시술 기관과의 구분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검토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4일 "피부과를 표방해 놓고 실제 피부과 진료는 보지 않은 채 미용이나 성형만 하는 병원이 늘어나는 것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고 검토에 착수했다"며 "하반기에 추가 검토를 거쳐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