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는 메시지를 미국 등 우방국에 전달하라고 지시한 의혹을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서울구치소에 수용 중인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50분께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경기 과천시에 마련된 특검팀 사무실에 도착해 조사실로 들어갔다. 특검 사무실 주변에는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모여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번 조사는 권창영 특검팀이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벌이는 첫 피의자 조사로, 지난 2월 25일 특검이 출범한 지 101일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과 외교부를 거쳐 미국 등 우방국에 비상계엄이 정당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 메시지에는 '이번 조치는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종북좌파, 반미주의에 대항하고자 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시를 받은 국가안보실은 계엄 다음 날 국가정보원에 '우방국가에 비상계엄 배경을 설명하라'는 요청과 함께 윤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조태용 전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국정원 1차장 산하 해외 담당 부서가 메시지를 영문으로 번역했고, 미국 중앙정보국(CIA) 책임자를 직접 불러 이를 설명했다는 것이 특검팀이 파악한 내용이다. 특검팀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22일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을, 이달 1일 조 전 원장을 각각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바 있다.
특검팀은 이날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계엄 정당화 메시지를 작성한 의도와 이를 전달하도록 지시한 경위 등을 집중 확인할 방침이다.
한편 특검팀은 앞서 브리핑에서 윤 전 대통령의 출석 모습을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밝혔다가, 윤 전 대통령 측이 반발하자 비공개 소환으로 입장을 바꿨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구속 피의자의 수사기관 출석 장면을 언론에 여과 없이 공개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언론 노출 없이 지하 주차장을 통해 곧바로 조사실로 향했다. 윤 전 대통령은 오는 13일 군형법상 반란 우두머리 혐의의 피의자로 특검팀에 다시 나와 조사받을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