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컴퓨텍스의 또 다른 이름은 '젠슨 황 쇼'였다. 기조연설장부터 전시장, 협력사 부스까지 그가 나타나는 곳마다 취재진은 물론 팬들까지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렸다. 글로벌 AI 산업을 이끄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컴퓨텍스 2026'에서 한국 기업들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 첫 일정 "한국의 AI를 위하여"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코리아 파트너 나잇'이었다. 코리아 파트너 나잇은 엔비디아가 컴퓨텍스 기간 처음으로 한국 기업들만을 위해 마련한 만찬 행사다.
'BTS급' 인기를 과시한 젠슨 황 CEO가 지난 1일 'GTC 타이베이' 첫 일정을 마친 뒤 향한 곳도 다름 아닌 코리아 파트너 나잇이었다.
젠슨 황 CEO는 "지난해 저희를 지원해 준 한국 모든 파트너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그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행사가 열린 현지 식당도 젠슨 황 CEO가 대만에 올 때마다 가족들과 함께 오는 곳으로 알려졌다. 단골 식당에 삼성·SK·LG·네이버 등 주요 기업 관계자들을 초청한 것만 봐도 한국 기업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셈이다.
이날 만찬에는 엔비디아가 한국 파트너사들을 위해 준비한 국내 기업의 소주가 테이블마다 놓였다. 참석자들은 '한국의 AI를 위하여'를 외치며 대만 맥주와 한국 소주를 섞은 소맥으로 건배했다. 양국의 협력을 상징하는 화합주였다.
● 무대 곳곳에 등장한 '한국' 기업
젠슨 황 CEO의 무대에는 어딜 가나 한국 기업이 빠지지 않았다.
지난 1일 열린 GTC 타이베이 기조연설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의 HBM4 공급사로 소개됐다.
디지털 트윈 기술 사례로는 SK텔레콤이, 로봇 공연 영상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제네시스와 아이오닉 차량이 등장했다.
'엔비디아 ♥ 네이버클라우드' 문구도 큰 화제를 모았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엔비디아 AI 생태계 내 핵심 파트너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SK하이닉스 부스는 올해도 젠슨 황 CEO의 필수 방문 코스였다. 그는 2년 연속 부스를 찾아 HBM4E 웨이퍼에 "더 많이 만들어 주세요(Please Make More)"는 재치 있는 문구를 남겼다. 192기가비트(GB) 소캠에는 "소캠 사랑해(LOVE SOCAMM)"이라는 글귀를 남기며 친근함을 드러냈다.
● 젠슨 황의 시선은 '한국'으로
한국 사랑은 업무 밖에서도 이어졌다. 젠슨 황 CEO는 올해 여름 휴가도 한국에서 보내기로 했다.
젠슨 황 CEO는 지난 1일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방한 이후 가족과 함께 (한국에서) 짧은 휴가를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젠슨 황 CEO는 한국에서 "치킨, 삼계탕, 삼겹살을 먹겠다"며 방한 일정을 예고했다. 지난 1일 코리아 파트너 나잇에 이어 한 주에만 두 차례 국내 기업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한 점도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준다.
젠슨 황 CEO는"한국은 반도체 칩을 넘어 D램과 과학, 로보틱스, AI 팩토리 분야에서 지원하고 있고, 앞으로도 함께할 일이 정말 많다"고 강조했다.
젠슨 황 CEO는 5일부터 약 3박 4일의 짧은 방한 기간에 SK와 현대차, LG, 네이버, 두산, 엔씨, 크래프톤 등 다수 기업들을 만나며 광폭 행보를 보일 예정이다.
코리아 파트너 나잇의 건배사도, HBM4E 웨이퍼에 남긴 문구도, 여름 휴가지로 한국을 택한 결정도 결국 같은 메시지로 읽힌다. 대만 컴퓨텍스를 달군 '젠슨 황 쇼'의 다음 무대는 '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