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는 종목만 오르네'…"닷컴 버블 정점과 유사"

입력 2026-06-02 16:21
수정 2026-06-02 16:30


최근 미국 증시가 소수 종목에만 기댄 쏠림 장세를 보이면서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직전과 기묘하게 닮았다는 경고가 월가에서 나왔다고 미국 경제방송 CNBC가 1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월가의 유명 시장 분석가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마이클 하트넷은 최근 보고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지난달 29일 편입 종목 중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기업이 20곳에 불과했다고 짚었다. 인터넷 산업 거품이 극에 달한 2000년 3월 닷컴 버블 정점 때도 20개 종목만 최고가를 경신하는 쏠림 현상이 나타났던 만큼 비슷한 패턴이 읽힌다는 것이다.

하트넷은 "투기적 가격 움직임"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이는 버블 붕괴가 임박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앙은행의 통화긴축 정책과 기준금리 인상이 버블 종결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자들에게 '포스트 버블' 로드맵을 제시했다. 하트넷은 "1929년 이후 역대 버블 붕괴 이후 투자자들의 로드맵은 장기 채권, 버블 마지막 몇 달 동안 크게 부진했던 경기 방어주와(또는) 업종 포트폴리오"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랠리는 마이크론과 AMD 등 인공지능(AI) 반도체 종목이 집중적으로 견인했다. 지난달 마이크론은 88% 급등했고 AMD도 46% 올랐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지난 4~5월 25% 급등해 최근 20년 사이 두 달 기준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강세장의 쏠림 현상이 완화되지 않으면 랠리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상승 종목 수와 하락 종목 수의 차이인 '등락주선'(ADL)은 지난 3월 말 급등한 뒤 4월 중순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하락장 징후를 보이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오펜하이머의 기술주 애널리스트 아리 왈드는 지난달 23일 보고서에서 "4월 초 급등 이후 증시 내부 지표들이 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BCA 리서치가 지난달 23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같은 달 20일 기준 S&P 500 편입 종목의 약 55%만 '200일 이동 평균선' 위에서 거래됐다. BCA 리서치 전략가들은 "미국과 신흥국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상승세는 극히 소수 종목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며 "이처럼 좁은 시장 폭은 종종 기저에 있는 주식 시장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