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외국인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이달 코스피 순매도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제약·바이오와 로봇 등 성장주가 몰린 코스닥 시장에는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유입됐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29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총 44조7천15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종전 최대 기록은 지난 3월의 35조7천477억원이었지만 불과 2개월 만에 다시 경신됐다.
특히 외국인은 지난 7일부터 29일까지 16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증시가 흔들렸던 2009년 2월 10일∼3월 4일 이후 가장 긴 순매도 행진이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코스피에서 35조94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대조를 이뤘다.
시장에서는 올해 코스피 상승폭이 컸던 만큼 외국인을 중심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집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 국내 반도체주 단기 급등 부담 및 업황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가 번지면서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매물이 나온 분위기다.
올해 들어 코스피는 101% 상승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64%, 258% 급등했다.
외국인의 이달 순매도 상위 1위와 2위는 각각 SK하이닉스(20조7천160억원), 삼성전자(16조270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종목의 순매도액 합은 코스피 전체 순매도액의 82%를 차지했다.
반면 외국인 자금은 코스닥 시장으로 대거 이동했다. 외국인의 이달 코스닥 순매수액은 2조8천37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직전 최대치는 2023년 7월의 2조7천923억원이었다.
이달 국민성장펀드가 출시되면서 코스닥 기업의 수혜 기대감이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국민참여성장펀드는 국민자금 6천억원과 재정 1천200억원을 모아 모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10개 자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자금의 상당 부분이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사 등 혁신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도록 설계됐다.
이에 따라 제약·바이오, 로봇, 우주항공 등 첨단산업 관련 종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코스닥 시장이 정책 수혜 기대를 상대적으로 더 강하게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이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파두로 4천370억원어치를 담았다. 이어 에코프로비엠 1천550억원, 에이비엘바이오 1천250억원, 이오테크닉스 1천210억원 순이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최근 외국인 자금 이동을 장기 추세 변화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코스피 비중을 크게 줄이거나 코스닥 비중을 본격 확대하기보다는 단기 리밸런싱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