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가장 못 버는 가구와 가장 잘 버는 가구의 살림살이가 정반대로 움직이면서 저소득층 적자는 사상 최대로 깊어지고 고소득층 여윳돈은 4년 만에 최고로 불어나는 양극화가 뚜렷해졌다.ㅇ
31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1분기 실질 흑자액은 -43만8,000원으로 나타났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9년 이후 1분기 기준 최대 적자이며 전체 분기를 통틀어도 가장 큰 규모다.
여기서 적자란 세금·이자 등을 떼고 손에 쥔 처분가능소득보다 실제 쓴 돈이 많아 번 돈으로 지출을 메우지 못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실질 흑자액은 344만5,000원으로 2022년 이후 1분기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 이에 1분위와 5분위 간 흑자액 격차는 388만4,000원으로 확대돼 역시 2022년 이래 가장 컸다.
격차를 키운 건 양쪽의 엇갈린 벌이와 씀씀이였다. 1분위는 버는 돈이 제자리걸음인데 지출만 늘어 적자가 깊어졌다. 처분가능소득은 79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0.1% 뒷걸음쳤는데 소득의 60% 이상을 떠받치는 이전소득이 2.6% 줄어든 탓이 컸다. 반대로 소비지출은 123만1,000원으로 5.1% 불었다. 식료품(3.3%)·보건(6.5%) 같은 필수 항목은 물론 교통·운송(33.8%) 오락·문화(23.4%) 같은 선택성 지출까지 동반 상승했다.
5분위는 지출을 늘리고도 벌이가 그보다 더 빠르게 뛰어 여윳돈을 불렸다.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3.0% 오른 814만6,000원으로 1분기 기준 역대 최고를 찍었다. 근로소득(0.4%)은 미미하고 사업소득(-3.0%)은 줄었지만 세뱃돈 등 사적이전소득을 앞세운 이전소득(22.6%)이 급증하며 전체 소득을 끌어올렸다. 소비지출은 470만원으로 4.8% 늘어 교통·운송(10.1%) 보건(10.7%) 교육(4.8%) 음식·숙박(2.3%) 등에서 고르게 증가했다.
문제는 이 흐름이 굳어질 경우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4월 이후 중동 사태로 물가가 들썩이며 저소득층 부담은 커지는 반면 반도체 수출 호황에 따른 대기업 성과급이 고소득층 지갑을 두툼하게 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동 전쟁 영향이 물가 등에 본격화하면서 저소득층의 소비 여력이 위축되는 반면, 고소득층은 성과급 등으로 소득 여건이 개선되면서 향후 계층 간 살림살이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