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고가에 전문가들 '의문'…"도면과 다르게 절단"

입력 2026-05-30 09:24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가 붕괴한 사고와 관련해 철거 공사의 안전관리계획서를 본 전문가들은 계획·시공 전반에 의문을 나타냈다.

수사를 통해 철거 대상의 구조적 특성을 충분히 고려했는지, 설계 도면과 실제 시공 방식이 일치했는지, 붕괴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적절했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연합뉴스는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을 통해 국토안전관리원이 보유한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공사 안전관리계획서를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사고가 난 S9 구간은 총 28m로, 전체에서 가장 긴 구간으로 확인됐다.

설계 도면에는 이 구간을 절단할 때 구멍을 뚫고 줄톱을 넣어서 슬래브(판)를 한꺼번에 절단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21m를 먼저 절단해 도면과 다른 시공을 해 붕괴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의심된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도면상으로는 중간에 구멍을 뚫고 와이어쇼를 이용해 28m 전체를 절단한 뒤 크레인으로 고정한 상태에서 한 번에 내려야 하는 구조"라며 "21m를 먼저 절단하고 7m를 남겨두며 오히려 떨어지기 쉬운 상태가 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소장 출신인 A씨도 "21m를 자른 시점에서 거더(보)가 휘는 등 이상 징후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거더가 아래로 휘면서 교각 쪽에 강한 전단력이 생겨 콘크리트가 버티지 못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단력은 구조물에 작용하는 힘으로 인해 부재(기둥·보)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어긋나거나 잘려 나가려는 힘이다.

그는 "S9은 길이도 길고 무게도 더 무거웠는데 교각 부분에 가해지는 전단력 검토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라며 "계획서상 공법 자체는 다른 구간과 거의 동일해 보인다. 가장 긴 구간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별도 방식이나 추가 검토가 필요했던 것 아닌지 봐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현직 감리인인 B씨는 현장에서 절단·인양 절차가 제대로 지켜졌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짚었다.

설계 도면상 '부재 인양 시 반드시 크레인으로 부재를 고정한 후 절단해 안전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사고 당시 현장에는 크레인이 없었다는 것이다.

B씨는 "절단 작업 과정에서 슬라브 처짐이 발생했다면 무너질 것을 대비해 크레인으로 부재를 잡는 등 조치가 취해졌어야 한다"고 말했다.

거더 처짐·붕괴 가능성을 간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기술자격 건축시공기술사인 C씨는 "공정별 시공 순서 등 계획에 따른 작업이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안전관리 대책 가운데 거더 처짐이나 붕괴 우려에 대한 계획은 미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정밀진단에서 이미 거더 내부 강선 파단이 확인됐고 인장력 저하와 휨 하중 증가가 예측됐는데 별도 보강 없이 사용과 해체 작업이 이뤄졌다"며 "인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절단 작업이 진행되며 취성파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왜 이런 붕괴가 발생했는지 의아한 부분이 있다"며 "실제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절단과 인양 작업이 진행됐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향후 수사에서는 실제 시공 과정이 안전관리계획서와 도면에 맞게 진행됐는지, 사고 구간 특성에 맞는 안전 검토가 있었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