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사업비 7조 8,000억 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 수주전이 재점화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1차 입찰에 유찰된 KDDX 상세 설계 및 초도함 건조 사업 2차 입찰에 모두 참여하며 수주 경쟁을 벌이게 됐다.
KDDX는 6,000톤(t) 급 차기 구축함 6척을 도입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선체를 넘어 전투 체계, 통신 장치 등 주요 구성품 국산화에 더해 국내 군함 중 처음으로 통합 전기식 추진 기술 적용 등으로 고난도 기술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번 수주전은 기술력이 아니라 보안 감점에 따라 향방이 갈릴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은 과거 KDDX 관련 군사 기밀 유출로 방위사업청이 공모한 입찰에 참여할 때마다 보안 감점을 받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보안 감점 기간은 지난해 11월 18일까지였다. 최초 형 확정일인 지난 2022년 11월 19일부터 3년간 총 1.8점의 보안 감점이 있다는 것이 방사청이 낸 기존 입장이었다.
방사청은 2023년 관련 설명회에서 HD현대중공업을 사례로 들며 보안 감점 기간은 최초 형 확정일부터 3년까지로 안내했고 2024년에도 HD현대중공업의 관련 질의에 최초 형 확정일부터 3년간 형사 처벌에 따른 보안 감점이 있다고 답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방사청이 지난해 9월 정례브리핑에서 보안 감점 기간을 오는 12월까지로 연장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파장이 일었다. 구체적으로는 HD현대중공업에 2025년 11월부터 2026년 12월까지 1.2점의 보안 감점을 추가하겠다고 예고했다.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의 군사 기밀 유출 건이 기밀 종류와 형태에 따라 여러 건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HD현대중공업은 같은 사안에 여러 인원이 엮인 동일 건이라고 반박했다.
사건 경과를 보면 울산지방검찰청은 2020년 9월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을 기소했다. 8명은 2022년 11월 형이 확정됐고, 나머지 1명은 검찰 항소를 지나 2023년 12월 최종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방사청은 나머지 1명이 유죄를 받은 때를 기준으로 감점 기간을 재계산한 것이라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은 하나의 사건 번호로 기소된 같은 건인 만큼 2022년 11월 최초 형 확정일을 기준으로 3년간 보안 감점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KDDX 사업 추진 과정도 불을 지폈다.
KDDX 상세 설계 및 초도함 건조 사업은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둘러싼 기관과 기업들의 갈등으로 약 2년간 표류했다. 군함의 경우 사업 추진 연결성에 따라 기본 설계를 수행한 회사가 방사청과 수의 계약을 체결해 상세 설계 및 초도함 건조를 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방사청은 지난해 말 수의 계약이 아니라 경쟁 방식으로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기본 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이 사업성을 검토하겠다며 1차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한화오션의 단독 응찰에 따라 입찰이 유찰됐다. 2차 입찰에는 HD현대중공업도 참여하기로 하면서 양사는 또 다시 맞붙게 됐다.
수주의 당락은 보안 감점에 좌우될 전망이다.
방위산업 중에서도 군함의 경우 소수점 차이로 참여 업체들의 희비가 교차되기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HD현대중공업이 방사청으로부터 1.2점의 보안 감점을 받은 채 평가를 받게 되면 기본설계 수행 경험과 노하우, 연속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세에 몰리게 된다고 분석했다
그러자 HD현대중공업은 법원에 방사청의 보안 감점 연장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하며 대응에 나섰다. 방사청이 최근 HD현대중공업의 해양정보함 기본 설계 제안서 평가 당시 1.2점 보안 감점을 한 만큼 KDDX도 동일할 것으로 보고 조치를 취한 것이다.
KDDX는 단순한 수주전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 해군의 차세대 구축함을 비롯한 미래 군함의 주도권을 쥐게 되는 프로젝트다. 그런데 이번 수주전이 기술과 가격을 넘어 법적인 요인들도 얽히게 되면서 사업 기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승부의 첫 관문이 조선소가 아니라 법원이 되게 됐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