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 국민연금이 올해 1분기 역대급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지난해 18.82%라는 사상 최고 수익률에 이어, 올해도 반도체 랠리를 등에 업고 국내 주식 비중과 수익률이 가파르게 좋아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대폭 끌어올리는 결정까지 내놓으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증권부 강미선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강 기자, 방금 1분기 수익률이 공개됐죠?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고요?
<기자>
네, 1년 만에 국민연금 운용 성과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특히 국내 주식 수익률만 보면요.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4배가 넘는 수익률을 보이며 21.6%를 찍었습니다.
1분기 전체 평균 수익률은 4%로 국내주식이 아예 효자 노릇을 넘어 이끌었습니다.
올해 들어 1분기에만 코스피가 4천으로 시작해 6천을 찍으면서입니다.
다만 1분기엔 한 가지 변수가 있었습니다. 이란 전쟁 여파로 2월 말 수익률이 꺾이면서 상승 폭이 기대보다는 완만해졌습니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1분기 수익률에 대해 "전쟁 때문으로 수익이 떨어진 측면이 있지만 국민연금만 겪은 일은 아니고 전 세계가 겪은 부분"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앵커>
글로벌 악재에도 성적표가 좋았다는 건데요. 사실 더 눈길을 끄는 건 어제 저녁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결정이었죠. 현장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기자>
네, 회의도 예정 시간보다 10분이나 일찍 끝나 현장 기자들도 다소 놀랐습니다. 논의가 이견 없이 잘 마무리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핵심은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거의 6%p 끌어올린 겁니다. 국민연금이 올해 들어, 5개월 사이에 두 차례나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높여 잡은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표를 보시면 국내주식 비중이 올라간 만큼 해외주식과 채권 비중은 소폭 낮춰 균형을 맞췄습니다.
그런데 국내 주식을 더 사겠다는 공격적 베팅이 아닌 현실을 제도에 반영한 것이라고 국민연금 측은 설명했는데요.
회의 직후 김성주 이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방향을 꺾거나 바꾸는 결정이 아니라 현실화 차원"이라며 "수익이 나는 장을 두고 기계적으로 주식을 팔거나 수익이 낮은 채권에 투자하는 건 오히려 바보라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최대 30%까지 담을 수 있게 됐다는 계산까지 나오던데, 목표 비중은 20.8%인데, 어떻게 30%라는 숫자가 나온 겁니까?
<기자>
네, 목표 비중 옆에 붙는 허용 범위 때문입니다. 기본 점수에 가산점이 붙는다는 개념으로 이해하시면 편합니다.
표를 보시면요. 국민연금은 목표 비중에다 전략적(SAA)·전술적(TAA) 자산배분이라는 완충 범위를 더해서 실제 보유 한도를 정합니다.
기존엔 이 허용 범위가 전략, 전술 합산 ±5%포인트였는데요.
어제 이 허용 범위까지 함께 넓혔고, 현재 시장에서 이 범위가 한시적으로 ±8~10%포인트까지 넓혀 20.8%가 아닌 30%까지 커진다는 나오고 있습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범위가 3%에서 6%로 두 배, 전술적 자산배분(TAA)는 2%로 유지돼 20.8%에 총 허용범위 8%p가 더해졌다"고 짚었는데요.
최근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약 30% 수준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한도범위가 대폭 늘어남에 따라 매도 압력에서 매수 여력이 기대된다고 시장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측은 "허용범위는 비공개로 결정된 사안이라 확인해 줄 수 없고, 올해 말 재점검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앵커>
국민연금은 팔아야 하는 큰손에서 더 담을 수도 있는 큰손으로 돌아선거군요. 그렇다면 국민연금이 팔까봐 떨던 개인투자자들은 이제 한숨 돌려도 되는 겁니까? 한편으론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기자>
네, 한도를 넓혔으니 일단 단기 수급 측면에서는 부담이 크게 줄었습니다.
목표 비중도 올렸고 허용 범위도 넓힌 데다, 하루 최대 리밸런싱 규모까지 줄이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6월 말 유예가 끝나도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게 아니라 시장을 보며 속도를 조절하는 구조로 바뀐 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공적연금의 운용 원칙을 흔든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는데요.
연금연구회는 "전략적 선택인지, 당장의 매도 부담을 피하려는 임기응변인지 불투명하다"며 환율 방어나 주가 관리 수단으로 쓰이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학습 효과도 빼놓을 수 없죠. 2021년 동학개미 열풍 당시 국민연금은 지금처럼 허용 범위를 넓혔지만요. 이듬해 글로벌 긴축이 겹치면서 국내 주식 수익률이 -22.7%까지 떨어진 적이 있습니다.
단기 수급 안정과 장기 자산배분 원칙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결국 숙제로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