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류업계가 원부자재 및 포장자재 비용 부담이 커져 시름하고 있다. 고환율과 국제 유가 상승,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가 겹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유가 상승에 석유화학 원료 가격이 덩달아 오르자 소주·맥주 등에 쓰이는 페트(PET) 용기와 비닐 포장재 가격이 급등했다. 협력업체들이 납품단가도 올려달라 요구하면서 업계의 수익성이 압박을 받고 있다.
국내 한 대형 주류업체는 이달부터 맥주·소주용 페트병과 페트 상표류 납품단가가 약 20%나 뛰었다. 심지어 제품 묶음 포장 등에 사용되는 수축필름과 랩핑필름 등 비닐류 자재 가격은 50% 안팎 올랐다.
다음 달과 오는 7월 공캔과 공병, 알루미늄 병뚜껑, 종이박스 등 포장자재 가격 인상도 논의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현재 논의 중인 인상안을 기준으로 하면 연간 구매 비용 부담이 수백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지난해 발주한 수입 설비의 경우 환율 상승으로 예상 지출 비용이 크게 늘어나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주류업체들의 상황은 다르지 않다. 한 주류업체는 상생협력법에 따른 납품대금 연동제를 시행 중이며 원재료 상승분을 매입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체는 "협력업체들로부터 단가 인상 요구를 받고 있으나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면서도 "대체 공급처 확보 등 다양한 내부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환율과 국제 유가가 치솟으며 원재료 비용이 급상승한 결과다.
나프타 가격이 올라 플라스틱과 페트병 등의 생산 원가를 끌어올렸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핵심 기초 원료다.
국제 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 가격은 최근 ICE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해 지난해 12월(60달러대) 대비 약 67% 올랐다.
유가연동제 영향에 한 대형 주류업체의 올해 1분기 물류비는 전년 동기 대비 약 40억원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루미늄 가격도 강세를 보여 캔 가격도 오를 판이다.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알루미늄 가격은 지난해 초 t당 약 2천500달러 수준에서 지난달 말 약 3천500달러까지 올라 40%가량 상승했다.
주류업계는 국내 포장자재 업체 상당수가 중소·영세업체인 만큼 원가 상승 부담을 자체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워 납품단가 인상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전한다.
다만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기업은 당분간 소비자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원가 부담 요인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제품 가격 정책은 대내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