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뉴욕증시에서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주가가 하루 만에 19% 급등하며 시가총액 사상 첫 1조달러를 돌파했다. 이날 불어난 시가총액만 한화 225조원에 달한다. 주가 급등의 배경에는 단번에 목표주가를 3배 끌어올린 UBS의 보고서가 있었다. 공격적인 목표주가 상향의 명분을 짚어본다.
● 마이크론 대하는 태도 달라졌다
이날 UBS 증권의 Timothy Arcuri는 마이크론의 목표주가를 기존 535달러에서 1625달러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주가는 하루만에 19% 급등했다.
UBS는 단순히 실적 전망치만 찔끔 올린 게 아니다. 마이크론이라는 기업의 가치를 매기는 공식 자체를 바꿨다.
과거에 마이크론은 반도체 가격이 오르내릴 때마다 실적이 널뛰는 경기민감주였다. 그래서 주가를 평가할 때 '가지고 있는 공장이나 장비 등 장부상 자산 가치(P/TBV)'를 기준으로 삼았다. 돈은 들쭉날쭉하게 벌 테니 기업이 가진 건물과 장비 값어치만큼만 주가를 쳐주겠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UBS는 마이크론을 'AI 핵심 인프라 기업으로 봐야 한다'고 선언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마이크론과 장기공급계약(LTA)을 맺으면서 미래에 벌어들일 돈이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을 기준으로 주가를 높게 쳐주는 몸값 재평가가 일어났다. 엔비디아처럼 돈을 얼마나 쓸어 담을 것인가로 기준이 바뀐 것이다. 이에 따라 2027~2029년 회사에 쌓일 잉여현금흐름(FCF) 전망치도 기존보다 25% 늘어난 4000억달러 이상으로 상향됐다.
● 주당순이익(EPS) 전망 정밀 해부
마이크론 실적을 볼 때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마이크론은 일반 기업과 달리 8월에 장부를 마감하는 법인이다. 그래서 1~12월을 기준으로 하는 일반 달력 기준(CY)과 회사 회계연도 기준(FY)이 달라 숫자를 섞어 쓰면 혼선이 생긴다.
UBS 보고서를 보면, UBS는 CY로 환산한 2027년 마이크론의 주당순이익(EPS)을 133.12달러로 내다봤다. 이는 월가 전문가들의 평균 예상치인 102.76달러보다 29.5%나 높은 수치다.
2026년 예상 EPS도 79.77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79.06달러를 웃돌았다. 2028년도 시장 예상인 98.38달러보다 23.8% 높은 121.79달러를 제시했다.
최근 외신들은 마이크론에 대해 2027~2029년 내내 주당순이익 100달러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EPS가 100달러 이상을 유지한다는 것은 '이 정도는 방어한다'는 최솟값(floor)의 개념"이라고 언급했다.
● "HBM, AI 시대의 석유"
마이크론을 질주하게 만든 핵심 원동력은 고대역폭 메모리(HBM)다.
인공지능 서버에서 연산 장치인 GPU(엔진)가 빠르게 돌아갈 때,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대량 공급해 주는 연료 시스템이 바로 HBM이다. AI 모델이 커질수록 HBM 수요는 폭발한다.
전 세계 HBM 수요는 2024년 49억Gb → 2025년 174억Gb → 2026년 312억Gb → 2027년 540억Gb로 늘어날 전망이다.
HBM은 일반 D램보다 단가(ASP)가 1.6~2배 비싸다. 마진율 자체는 65~73%로 일반 D램의 80~92%보다 낮아 보이지만, 단가 자체가 워낙 높아 회사에 가져다주는 실제 수익 금액은 압도적이다.
UBS가 추정한 마이크론의 HBM 매출은 2024년 55억달러 → 2025년 113억달러 → 2026년 232억달러 → 2027년 393억달러다. 시장점유율 역시 2024년 7%에서 2025년 21~22%로 뛰어오른 뒤 견고하게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병서 소장은 "불과 3년 만에 없던 사업이 회사 전체를 먹여 살리는 핵심 엔진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 장기공급계약의 마법, 날뛰던 사이클을 길들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지난 30년간 증시에서 '사이클 주식'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공급이 조금만 많아지면 가격이 급락하고, 모자라면 폭등하는 롤러코스터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공급계약(LTA)이 도입되면서 판이 바뀌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빅테크 고객들이 이제는 가격 범위를 미리 정해두고, 1~3년 치 물량을 먼저 도장을 찍어 예약한다. 심지어 선급금까지 미리 보낸다.
가격을 깎아달라고 갑질을 하던 고객들이, 이제는 AI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반도체 물량부터 선점하려 장기 계약서에 줄을 서는 것이다. 마이크론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가격을 올려 받을 유연성을 일부 양보하는 대신 몇 년 치 안정적인 이익을 보장받게 된 것이다. 이 덕분에 극심했던 실적 변동성에 단단한 하한선이 생겼고, 주가에 높은 가치 점수(멀티플)를 줄 수 있게 됐다.
● YMTC 변수, 중국 D램 진입이라는 복병
장밋빛 전망 속에서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경고등이 있다. 바로 중국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의 행보다.
UBS 보고서는 YMTC는 낸드 증설 물량인 4만 5000wpm 중 3만wpm을 D램 생산으로 돌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 기업이 D램 시장에 본격적으로 명함을 내밀면, 중장기적(2028년 이후)으로 D램 공급이 늘어나 가격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
반면 YMTC가 낸드 생산을 줄이면서, 낸드 제품 가격의 정점 시기는 2027년 3분기까지 연장되는 반사이익도 존재한다. 전병서 소장은 "중국의 D램 기술이 당장 우리를 위협하진 못하겠지만 중기적으로는 무시할 수 없는 폭탄"이라며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이 못 쫓아오는 HBM이나 프리미엄 D램으로 빠르게 도망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분석했다.
● "마이크론, 엔비디아 못 될것 없다"
UBS의 가장 파격적인 주장은 마이크론이 엔비디아만큼 높은 주가 가치를 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과거 마이크론의 주가수익비율(PER)은 6~13배 수준에서 맴돌았다. 하지만 이익의 안정성이 증명되면서 2029년 예상 실적 기준 PER을 15배까지 올려 잡았다.
특히 2027년 기준 마이크론의 잉여현금흐름(FCF) 수익률은 46~50%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번 돈의 대부분을 다음 칩 개발과 장비에 재투자해야 하는 엔비디아(3~5%)를 압도하는 수치다.
현재 마이크론의 PER은 8.4배다. 미국 S&P500 평균인 21.1배, 나스닥100 평균인 24.7배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이다.
물론 대담한 주가가 현실이 되려면 세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AI 투자 열풍이 꺾이지 않아야 하고 △빅테크들과의 장기 계약이 깨지지 않아야 하며 △HBM 시장점유율을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B급기자의 B급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