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본시장도 주식 결제 주기를 현행 ‘T+2’에서 ‘T+1’로 단축하는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 이어 홍콩까지 도입 일정을 공식화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는 모습이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26일 열린 ‘글로벌 결제주기 단축 동향 및 시사점’ 세미나 환영사에서 “이제 T+1 결제는 일부 시장의 선택이 아니라 글로벌 자본시장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며 “우리 자본시장도 언제, 어떻게 이행할지에 논의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증시는 주식 거래 후 이틀 뒤 결제가 완료되는 T+2 체계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해 5월 T+1 체계로 전환했고, 유럽연합(EU)과 영국, 스위스도 오는 2027년 10월 동시 전환을 추진 중이다. 홍콩 역시 최근 2027년 4분기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최훈 한국거래소 청산결제본부 부장은 발표에서 “결제주기 단축의 문제는 이제 ‘해야 하느냐’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하느냐’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유럽 현지 조사 결과 시장 참가자와의 소통, 포스트트레이드(Post-Trade) 자동화, 장기 편익 분석, 금융당국 리더십이 핵심 과제로 꼽혔다고 밝혔다.
결제주기 단축 논의가 급물살을 탄 배경에는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있다. 미국은 2021년 ‘게임스톱 사태’를 계기로 청산 리스크가 급증하자 T+1 도입을 추진했다. 밈주식 급등 과정에서 온라인 증권사 로빈후드가 증거금 부담으로 매수 주문을 제한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노성호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결제 주기가 짧아질수록 가격 변동 위험과 결제 불이행 위험이 감소한다”며 “청산기관 증거금 부담 완화와 투자자 유동성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우 T+1 전환 이후 청산기금 규모가 약 23%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시차와 외환시장 접근성이다. 미국 증시 마감 시간은 한국 기준 새벽 6시로,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전과 결제 업무를 짧은 시간 안에 처리해야 한다. 실제 인도는 T+1 도입 직후 외국인 자금 유입 감소와 호가 스프레드 확대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후선 업무 자동화와 대차거래 시스템 정비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현재 기관투자자 결제는 자산운용사·증권사·수탁기관·예탁결제원 등이 순차적으로 참여하는 구조인데, T+1 도입 시 실질 업무 시간이 최대 80% 가까이 압축된다. 이에 따라 자동화(STP) 시스템 구축과 야간 운영체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다.
거래소는 올해 하반기 결제주기 단축을 위한 실무 표준안 마련에 착수할 예정이다. 정 이사장은 “T+1 전환은 우리 자본시장의 시계를 글로벌 시장에 맞추는 일”이라며 “빨리 가는 것뿐 아니라 부작용 없이 함께 가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