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신임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공식 취임한 가운데, 뉴욕 증시의 화려한 신고가 랠리 뒤편에서 채권 시장이 거센 경고 시그널을 보내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신임 의장 취임 초기와 중간선거 사이클이 겹칠 때마다 금융시장이 혹독한 변동성을 겪었던 만큼, 단기적 과열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 주식과 채권의 위험한 '디커플링'… 장기 국채금리 5.1% 턱밑 폭등
블룸버그가 분석한 미국 30년 만기 장기 국채금리와 S&P 500 지수의 추이를 보면, 최근 한 달간 두 자산의 방향성이 완전히 엇갈리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통상 장기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져 주식 시장이 하락하는 역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실제로 작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는 두 자산이 정확히 결을 같이하며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4월 이후 최근까지 S&P 500 지수는 AI 랠리에 힘입어 7,400포인트를 향해 수직 상승한 반면, 실제 미국 30년물 장기 국채금리는 5.0%를 뚫고 5.10% 턱밑까지 폭등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월가 전문가들은 주식 시장이 AI라는 달콤한 샴페인에 취해 거대한 매크로적 위험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역사적으로 채권 시장의 금리 경고를 무시하고 독주한 주식 시장의 끝은 늘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이어졌던 만큼, 현재의 디커플링은 주식 시장이 시간을 벌고 있을 뿐이며 그 끝은 점진적 조정이 아닌 '불연속적 타격'일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입니다.
■ 금리 변동성 확대는 주가 폭락의 전조… 골드만삭스의 경고
그렇다면 국채금리의 급격한 움직임은 주식 시장에 어떤 타격을 입히게 될까요? 골드만삭스의 장기 통계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의 한 달간 변동 폭이 시장의 예측 범위를 벗어나는 순간 글로벌 주식 시장은 일제히 마이너스 수익률로 돌아섰습니다. 금리가 급등하든 급락하든, 시장은 '급격한 변동성' 그 자체를 공포로 받아들이며 주식을 투매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금리 발작 수준의 극단적인 변동성이 나타났을 때 글로벌 주식 시장은 한 달 만에 무려 -3%에서 -4%가 넘는 혹독한 폭락을 겪어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의 변동성이 이미 마이너스 영역 초입인 '2에서 2.5 단계'에 걸쳐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당장 대폭락장은 아니더라도 주식 시장의 상단이 금리 눈치 보기로 꽉 막혀있다는 진단입니다.
■ 유가·인건비 아닌 'AI'가 물가 밀어 올린다… '테크 인플레이션'의 습격
연준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시한폭탄은 이제 곧 발표될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입니다. 씨티그룹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근원 PCE 물가를 강하게 밀어 올리는 주범은 다름 아닌 'AI가 주도하는 소프트웨어 가격 상승'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소프트웨어 및 IT 부품 가격 지표를 보면, 지난 10년간 20% 안팎의 박스권에서 평온하게 움직이던 흐름을 깨고 최근 무려 80% 턱밑까지 수직 대폭발했습니다. 전 세계 빅테크와 기업들이 앞다투어 고성능 AI 모델을 도입하고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구매하면서 생긴 현상입니다. 과거에는 유가나 인건비가 인플레이션을 주도했다면, 현재는 전례 없는 'AI 발(發) 테크 인플레이션'이라는 새로운 복병이 등장한 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센 금리 인하 압박에도 불구하고 워시 의장이 당분간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신임 연준 의장이 취임하고 첫 3개월 동안 S&P 500 지수는 새 의장의 성향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평균 -12%의 매서운 조정을 겪었습니다. 하필 이번 취임 주기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극에 달해 연중 평균 낙폭이 -17.5%에 달했던 역사적 '중간선거 사이클'과도 정면 충돌하고 있습니다. 채권 시장이 보내는 서늘한 금리 경고와 AI 발 물가 압력 속에서 워시 연준이 이 거대한 역사적 징크스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월가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박지원 외신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