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맞아 귀 안들려"…가자지구 가려한 이유 물었더니

입력 2026-05-22 08:09
수정 2026-05-22 09:18


가자지구행 구호선에 탑승했다가 이스라엘군에 나포된 우리나라 국적 활동가들이 22일 오전 귀국해 이스라엘군에 의해 폭행당한 사실을 털어놨다.

이날 오전 6시 23분께 태국 방콕발 항공편을 통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활동가 김아현(활동명 해초)씨와 김동현씨는 어두운 티셔츠에 청바지, 운동화 차림을 하고 목에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다. 이들은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김아현씨는 가자지구로 가려한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이 폭격뿐 아니라 기아로 죽어가고 있다"며 "그곳에 사람이 있기 때문에 중동 정세가 아무리 위험하더라도 다시 항해를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언제나 가자지구에 (다시) 갈 계획이 있다"며 "가자가 해방될 때까지, 그리고 해방 이후에도 팔레스타인과 세계의 고립된 땅들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아현씨는 이스라엘에 의해 구금된 당시 폭행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아현씨는 "저희 배가 마지막으로 나포된 배 중 하나였다. 당시 이스라엘군이 굉장히 흥분한 상태였다"며 "제가 감옥에 갔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이 구타당한 뒤였다. 저도 얼굴을 여러 차례 맞아 사실 왼쪽 귀가 잘 안 들리는 상태"라고 했다.

김동현 활동가는 "이스라엘이 저희에게 한 일은 공해상에서 아무런 무기가 없는 배들을 납치하고 민간인들을 고문하고 감금한, 견딜 수 없는 정도의 폭력"이라며 "이스라엘은 계속해서 합법적인 조치라고 말을 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아현씨는 여권이 무효화된 상태라는 말에 "사람이 자신이 살고 싶은 곳에 살고, 가고 싶은 곳으로 이동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여권이라는 법적 절차로 저를 막더라도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많은 국가 영사는 중동 정세가 위험하다는 이유로 이스라엘과의 외교적 갈등을 피하려 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아현씨는 19일(이하 현지시간) 가자지구 인근 해상에서, 김동현씨는 18일 키프로스 인근 해상에서 탑승한 구호선이 각각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다. 이들 구호선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를 뚫고 구호품을 전달하려 했다.

이스라엘군이 배를 나포하며 활동가들이 손이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있는 장면을 찍은 사진 등이 공개돼 국제사회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두 사람은 20일 석방됐다.

김아현씨는 지난해 10월에도 구호선 항해에 참여했다가 이스라엘군에 체포된 뒤 이틀 만에 석방됐다. 외교부가 여권 반납 명령을 내렸지만, 이미 출국한 상태라 여권이 무효화됐다. 이번 귀국은 외교부가 발급한 여행증명서로 이뤄졌다.

김아현씨와 함께 배에 탑승했다가 석방된 한국계 미국인 조나단 빅토르 리(활동명 승준)씨는 현재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머물고 있다.

이들의 활동을 지원해온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 한국본부'(KFFP)는 공항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동현, 해초, 승준의 항해는 비폭력 평화운동의 결정체"라며 "한국 정부 역시 이 길을 함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이날 오후 종로구 주한이스라엘대사관 인근에서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