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원 변호사의 이의있습니다] 약식명령, 법원은 판단의 이유를 밝혀주기를

입력 2026-05-21 13:54


지난 기고에 이어서 약식명령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보자. 지난 번은 피고인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면서, 정식재판을 청구할 때 주의하기 바라는 점에 주목하였다.

(지난 기고 - 한국경제 2026. 3. 19.자 ‘약식명령, 벌금 증액될 수 있어 정식재판 청구 신중해야’)

이번에는 약식명령을 고지하는 입장, 법원에게 바라는 점을 짚어보자. 약식명령이 피고인의 법원 출석 없이 서류만으로 간이하게 진행되기는 하지만 엄연히 유죄 판단이고, 벌금을 부과하는 만큼 피고인에게는 불이익이 분명하다. 그런데 법원이 피고인에게 보내주는 약식명령서에는 그저 피고인을 벌금 얼마에 처한다, 피고인의 범죄는 어떠한 사실이다, 피고인에게는 무슨 법의 몇 조 몇 항이 적용되었다 정도만이 써있을 뿐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교통법규를 위반해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교통사고를 낸 피고인에게 약식명령이 고지되는 경우, 벌금은 300만원이고, 범죄사실은 피고인이 2026. 5. 6. 12:00경 서울 중구 청파로 463 앞 도로에서 중앙선을 침범해서 교통사고를 발생시켜 피해자 아무개에게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혔다, 법률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1항, 형법 제268조 등이다라는 내용만 있다. 이는 형사소송법 제451조에 따라 약식명령에 명시하여야 하는 필요최소한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항들만으로는 피고인의 입장에서 법원이 어떠한 이유로 유죄라고 판단했는지, 벌금 액수는 어떻게 정해진 것인지 알 수 없다. 적혀있는 법률을 찾아보더라도, 통상 법률은 추상적인 문장으로 쓰여있고, 벌금액에 대해서도 몇만원 이하의 벌금과 같이 일정한 범위을 알 수 있다. 결국 법원의 약식명령을 납득하기 어려우므로 정식재판을 청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더해 법원은 검사가 청구한 벌금 액수대로 약식명령을 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보니, 어떤 피고인들은 약식명령은 법원이 한 것이 아니고 검사 마음대로 한 것이라고 오해하기까지 한다. 결국 약식명령 절차에 들인 법원의 시간과 노력은 의미를 잃고, 정식재판 절차에 따라 다시 재판을 해야 한다. 어찌 보면 한 사건의 제1심을 두 번 하는 셈이 되어버리니 대단히 비효율적이다.

반면 정식재판을 절차에서 고지되는 판결에는 형사소송법 제39조에 따라 판결의 이유를 명시하여야 한다. 우선 ‘증거의 요지’라는 항목으로 어떠어떠한 증거가 있었는지를 밝힌다. 앞서 예로 들었던 교통사고 사건이라면, 차량 블랙박스 영상, 교통사고 현장에 있었던 CCTV 영상, 피해자의 진술 등 재판 과정에서 조사된 증거들 중 유죄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은 무엇무엇이 있다고 명시한다.

형량에 대해서도 ‘양형의 이유’ 항목으로 판단의 근거를 밝힌다. 발생한 피해는 어느 정도인지, 손해배상은 되었는지, 피해자로부터 용서 받았는지, 피고인이 과거에도 같은 종류의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는지 등 형량을 정할 때 고려된 사정들은 무엇무엇이라고 명시한다. 피고인으로서는 판결을 고지받는 것만으로도 법원이 무엇을 근거로 유죄로 판단하였고, 벌금 액수를 정하였는지 대강은 알 수 있다.

만약 약식명령에도 정식재판과 같이 판단의 이유를 밝힌다면, 피고인으로서는 약식명령을 납득하게 될 가능성이 조금은 더 높아지지 않을까. 마음 속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더라도 약식명령에서 이미 이러저러한 사정들이 반영되었음을 알 수 있으므로, 더 내놓을만한 자료가 없어 정식재판 청구를 단념하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앞, 뒤 사정 가리지 않고 무작정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경우가 여전히 있겠지만, 그런 피고인은 이러나 저러나 정식재판을 청구하였을 사람일 뿐이다.

약식명령에 판단의 이유를 기재한다면 법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할 일이 늘어날테니 달갑지는 않겠다. 하지만 그로써 불필요한 정식재판 청구를 줄일 수 있다면 궁극적으로는 법원의 업무 부담이 줄어들지 않을까. 재판을 받는 입장인 피고인이 법원이 어떤 근거로 판단에 이르렀는지조차 알 수 없는 현재의 약식명령은 적절한 재판절차라고 볼 수 없고, 결과적으로는 효율적인 재판절차라고도 보이지는 않는다. 제도개선이 필요한 때다.

민사원 변호사는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국선전담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현)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국선전담변호사, (현)서울특별시 공익변호사/신길제1동 마을변호사, (현)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인권특별위원, (현)사단법인 동물보호단체헬프애니멀 프로보노로 참여하고 있다.

<글=법률사무소 퍼스펙티브 변호사 민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