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기업인 엔비디아가 또 한 번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내놨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가속하고 있다는 점을 수치로 재확인했지만, 시장의 높아진 기대치를 넘지 못하면서 주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20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뉴욕증시 장 마감 후 2027회계연도 1분기(2026년 2~4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늘어난 816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월가 컨센서스인 792억 달러는 물론 지난해 11월~올해 1월까지 기록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엔비디아의 1분기 주당순이익(EPS) 역시 1.87달러로 전년 동기(0.96달러)의 두 배에 육박했다. 매출총이익률은 75%로 전분기와 유사했고, 잉여현금흐름은 490억달러로 직전 분기(349억달러)보다 크게 불었다.
핵심인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지난 분기 752억달러로 1년 만에 92% 증가했다. 주력 AI 가속기인 '블랙웰' 제품군이 대형 하이퍼스케일러부터 AI 모델 개발사, 신생 AI 클라우드, 각국 정부까지 폭넓게 채택을 받아 역사상 가장 빠른 제품 판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가에서 주가의 핵심 변수로 주목해온 2분기 매출 전망치도 기대치를 웃돌았다. 엔비디아의 오는 7월까지 가이던스는 910억 달러(±2%), 마진은 75% 수준이다.
이러한 실적에도 엔비디아 주가는 현지시간 오후 7시경 시간외 거래에서 1% 안팎 하락한채 거래 중이다.
엔비디아 주가는 최근 세 개 분기 연속으로 실적 발표 다음 날 하락했는데, 블룸버그 등에선 옵션 시장이 이번 실적 이후 약 5%의 주가 변동을 반영해왔다고 전했다.
수 개월째 시장의 기대치를 넘겨온 엔비디아는 견조한 실적에 대한 예상치가 워낙 높아 웬만한 '어닝 서프라이즈'로는 주가를 끌어올리기 어려운 구조가 굳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날 실적 발표 직후 주가 낙폭을 줄인 것은 실적이 아닌 대규모 주주 환원 계획이다.
엔비디아는 주주에 대한 분기 배당을 주당 1센트에서 25센트로 대폭 확대하고, 8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새로 승인했다.
기존에 남아 있던 390억달러를 더하면 총 1190억 달러로 올해 잉여현금흐름의 약 절반을 주주에게 돌려준다는 의미다.
콜레트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2025년부터 2027년까지 블랙웰과 차기 제품 '루빈'에서 1조달러의 매출이 나올 것이라는 데 완전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루빈 아키텍처는 올해 3분기 양산을 시작해 4분기부터 본격 출하될 예정이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컨퍼런스콜에서 "수요가 포물선을 그리듯 폭발하고 있다"며 "AI가 이제 생산적이고 가치 있는 일을 해내면서 토큰(연산 단위)이 곧 수익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 CEO는 에이전트 AI 시대에 맞춰 개발한 신형 중앙처리장치(CPU) '베라'를 다음의 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그는 "베라는 엔비디아가 한 번도 진출하지 않았던 2000억 달러 규모의 새 시장을 연다"며 "올해 CPU 매출 가시성만 200억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엔비디아가 AI 가속기와 CPU, 네트워킹 기술 등에서 인상적인 실적을 내고 있지만 추가 수익을 기대하던 중국 매출은 이번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이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양자 회담을 갖는자리에 젠슨 황이 동행하면서 H200 수출 등에 기대를 높였던 시장의 실망도 더해졌다.
크레스 CFO는 "실제 수입이 허용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며 지난 분기와 마찬가지로 이번 실적 전망에 중국 데이터센터 매출은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 머스크의 스페이스X, IPO 신고서 공개…티커명 SPCX
한편 뉴욕증시 시가총액 순위를 바꿀 우주기업 스페이스X도 이날 기업공개(IPO) 신청서를 일반에 공개하고 상장 초읽기에 돌입했다. 이와 별개로 오픈AI가 올해 기업가치 1조 달러 규모로 하반기 기업 공개를 준비하는 등 대형 기술 기업들의 미 증시 진입이 이어지고 있다.
스페이스X가 20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장 신청서(S-1)에는 이번 신청서로 그동안 베일에 가려 있던 스페이스X의 재무 상태가 담겨있다.
회사는 신고서에서 △우주 발사체 △위성통신 △인공지능 세 축으로 나눠 공시했다. 지난 2월 머스크의 AI 스타트업 'xAI'를 인수한 뒤 단순 우주 기업이 아닌 인프라 기업으로 자리하려는 구상이다.
핵심 수익원 중 하나인 위성인터넷 '스타링크'는 2023년 230만 명에서 지난해 89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고, 전 세계 164개국에서 쓰인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으로 전년대비 80% 늘어난 187억 달러를 기록했으나 213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 지출로 49억 달러의 순손실을 입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xAI를 포함한 AI 부문이 지난해 32억달러 매출에 약 63억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총부채는 290억달러에 달한다.
이번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 이후 스페이스X는 거대 로켓 '스타십'과 위성을 활용한 '궤도 데이터센터' 구상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구상이다.
스타십 개발에는 지금까지 150억달러 이상을 쏟아부었고, 지난해에만 약 30억달러를 투입했다. 킬로그램(㎏)당 발사 비용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역사적 평균인 1만8500달러에서 185달러 수준까지 끌어내리는 것이 목표다.
신고서에는 이러한 스타십 발사를 통해 앞으로 10년 안에 첫 궤도 AI 데이터센터를 배치하고, 매년 100기가와트 규모의 AI 연산 능력을 태양광 위성에 실어 쏘아 올리겠다는 목표도 담겼다.
이번 공모 서류에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의 지분율과 향후 파격 보상안도 함께 담겨 있다. 스페이스X는 차등의결권 구조로 상장 한 뒤 머스크 지분은 약 42%, 전체 의결권의 79%를 행사하도록 되어 있다.
이사회는 향후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의 시가총액 7조 5000억 달러 달성과 '최소 100만명이 거주하는 화성 영구 정착촌 건설'을 모두 이룰 경우 10억주의 성과 연동 주식을 받아 회사 장악력을 유지하도록 했다.
현재 스페이스X는 이러한 목표를 이룰 스타십 로켓의 12번째 시험 발사를 현지시간 21일로 예정하고 있다.
이번 상장은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대표 주관사로 한 23개에 달하는 세계 주요 투자 은행이 거래를 주관하고, 목표 기업가치는 최대 1조 7500억 달러, 조달 규모는 750억 달러로 성공할 경우 역사상 최대 규모 IPO로 남게 된다.
스페이스X의 상장 티커는 SPCX로 이르면 내달 12일께 상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