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군부인' 감독, 눈물 사과 "무지했다, 변명 여지 없어"

입력 2026-05-19 18:40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며 종영한 가운데 박준화 감독이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사과했다.

박준화 감독은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언론 인터뷰에서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여태까지 같이 노력하며 이 드라마를 만들어 온 연기자들의 노력에 보상보다 어려움을 느끼게 한 것 같아 죄송스럽고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21세기 대군부인'은 입헌군주제가 유지되는 가상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평민 재벌 성희주와 왕의 둘째 아들 이안대군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꼽혔지만 방영 중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지며 분위기가 급변했다.

논란은 지난 15일 방송된 11화 즉위식 장면에서 불거졌다. 이안대군이 자주국 황제가 쓰는 십이면류관 대신 제후국에서 사용하는 구류면류관을 착용하고 신하들이 '만세' 대신 '천세'를 외친 설정이 문제로 지적됐다.

제작진은 당시 "세계관 설정과 역사적 고증 이슈로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재방송과 OTT 웨이브, 디즈니+를 통해 공개된 영상의 오디오와 자막도 수정됐다.

이 밖에도 성희주를 '부부인'이 아닌 '군부인'으로 부른 점, 어린 왕 대신 대군이 섭정을 맡는 설정 등도 도마에 올랐다.



고증 부실 지적에 대해 박 감독은 "작가님도 대본을 쓰실 때 고증을 받은 것으로 안다"며 "이 드라마는 조선 왕조가 600년간 유지되고 있다는 설정이었고 자문도 조선 왕조에 맞춰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판타지적인 스토리라고 해도 왜 우리 역사 안의 자주적인 부분을 투영하지 못했을까, 제 무지함이었던 것 같다"며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너무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위원 이은주 안동대 교수는 "조선이라고 설정한다면 왕이 구류면류관을 쓰고 신하들이 '천세'를 외치는 것이 고증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십이면류관과 십이장복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중국식 다기 사용과 한복 착용 설정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지문에 '찻잔의 물을 버린다'는 내용 때문에 기능적으로 선택했던 것뿐"이라며 "성희주가 한복을 입지 않은 것 역시 한복을 입는 대비와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인물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꾸준히 전통을 유지하는 사람과 현대의 혁신을 가진 사람, 양극단을 표현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21세기 대군부인'은 2022년 MBC 극본공모전 당선작으로 유지원 작가의 데뷔작이다. 박 감독은 "작가님이 많이 힘들어하신다"며 "본인이 이런 결과를 만든 것, 좀 더 고민하지 못했던 것, 모든 분에게 불편함을 드린 것에 대해 후회 섞인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우 연기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다. 박 감독은 "성희주의 욕망이 극단적으로 표현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리고 초반 아이유의 연기가 저희 드라마의 흐름에 많은 힘을 줬다. 촬영하면서 아이유의 연기를 보고 유독 많이 웃고 즐거워했다. 제가 그렸던 것 이상으로 입체적인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

또 변우석에 대해서는 "정말 열심히 했다"며 "조금 더 본인 연기 안에서 다채로운 부분을 추구하려고 노력했는데 제가 막았던 부분도 있다. 변우석이 대군 안의 슬픔을 담으려고 노력한 모습이 인정받길 바랐다"고 말했다.

(사진=MBC, 카카오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