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주가 18일 금리 상승 등의 여파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주식시장 자금이 반도체 등 인공지능(AI) 산업에 몰리면서 올해 들어서만 14% 떨어졌다.
이날 한국경제신문에 따르면 바이오 업종 주가를 추종하는 KRX 헬스케어지수는 이날 4287.49로 4.7% 급락했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0.31% 상승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낸 것과 대조적이다.
유전자 교정 전문기업 툴젠이 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다고 밝힌 뒤 이날 17.2% 급락했다.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기업인 리가켐바이오(-15.36%), 경구용(먹는) 비만약을 개발하는 디앤디파마텍(-9.7%) 등의 낙폭이 컸다. 대장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알테오젠도 2~3%대 하락률을 나타냈다.
그간 대형 반도체주에 집중됐던 증시 자금의 쏠림도 바이오주 부진 요인으로 꼽힌다. KRX 헬스케어지수는 연초 대비 13.9%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AI 반도체주가 이끈 코스피지수(74.4% 상승)와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비만약으로 기대를 모았던 디앤디파마텍과 지투지바이오는 각각 1년 최고가 대비 43.6%, 47.1% 하락했다.
시장 금리 급등 역시 바이오주 전반의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바이오 기업은 미래에 벌어들일 수익을 현재 가치로 반영하기 때문에 금리 변화에 민감하다. 한송협 대신증권 연구원은 "가뜩이나 섹터 수급이 약해진 상황에서 금리 상승 부담까지 계속 커지다 보니 매물이 많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알테오젠, 삼천당제약 등 대형주에서 발생한 잇단 악재가 바이오주 전반의 투자 심리를 취약하게 만들었다고 분석을 내놓고 있다.
1월 시장 기대에 크게 못 미친 알테오젠 기술료(로열티)율 공개가 대표적이다. 항암제 '키트루다'의 피하주사(SC) 제형을 개발하는 미국 머크(MSD)는 알테오젠에 지급하는 기술료율이 2%라고 밝히면서 주주들의 투매를 촉발했다.
같은 달 에이비엘바이오가 기술수출한 후보물질의 '개발 우선순위' 하향 소식도 대규모 실망 매물을 불러 일으켰다. 삼천당제약 주가는 큰 기대를 모은 먹는 비만약 개발 능력을 둘러싼 의구심 확대로 지난 3월 말부터 한 달 동안 반토막 났다.
글로벌 제약사(빅파마)의 기술 거래 구조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직후 초기 단계 기술을 공격적으로 사들이던 이들은 최근 사람 대상 임상 데이터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도입 전략을 바꾸고 있다.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드는 후기 임상까지 버틸 체력을 갖춘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이 빅파마의 새 기술 사냥터로 떠오르는 흐름도 악재로 받아들여졌다.
다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15일에 이어 이날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단기 과열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업종들에 관심이 돌아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 정책 자금이 중소형주 수급 개선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2일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판매를 시작하는 국민성장펀드는 6000억원 규모로, 모집 한도가 있고 일부 자금은 대출 형태로 집행된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오 업종은 파이프라인이 먼 미래에 있다 보니 현금흐름을 가져오는 과정에서 금리 민감도가 높다"며 "금리가 내리거나 국민성장펀드로 자금이 유입되는 등 바이오에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져야 덜 소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