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주회사에는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되는 흐름이다. 주주친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다만, 지주사별 희비는 엇갈린다. AI와 전력 인프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 SK는 업종 내 최선호주로 떠오른 반면, 1분기 부진한 실적을 낸 CJ에는 아쉬운 평가가 뒤따른다.
● 외인 자금 쓸어 담는 일반지주사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 자금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 18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연초부터 이달 15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200에서 87조 714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금융지주 업종에서도 1조 8593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반면 일반지주사 업종에서는 2조 1901억원 순매수했다. 기업별 순매수 규모를 보면 SK가 639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두산 5764억원, 한화 3768억원, CJ 1327억원, LG 1078억원, HD현대 706억원, 효성 254억원 순이다.
주주 환원 강화와 관련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상장 지주사 합산 시가총액 지수는 지난해 4월부터 이달 초까지 203% 올랐다. 향후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 일반주주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합병을 강행하는 구조가 차단된다. 자회사 중복 상장도 까다로워진다. 여기에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이 도입되면 지배주주가 상속세 부담을 줄이려고 주가를 누르는 행위도 방지된다.
박건영 KB증권 연구원은 "지주사 할인 해소와 관련한 정책 모멘텀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자회사 가치가 지주회사 주가에 온전히 반영되면서 순자산가치 할인율은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 "SK, 이제는 프리미엄 논할 때"
증권가에서는 지주사 중 SK를 최선호 종목으로 꼽았다. 대신증권은 SK 목표주가를 88만원으로 상향했다.
목표주가를 산출하면서 목표할인율을 역사적 최저 수준인 41%로 제시했다. 자회사 주가가 오르며 지분 가치가 상승하면서다. 특히 SK스퀘어 주가가 연초 대비 2배 가량 오른 점이 영향을 미쳤다. 비상장사 SK에코플랜트 가치 평가도 현실화됐다. 기존에는 장부가(1.3조원)로 반영했으나, 이번에는 장외 시가총액(2.6조원)에 지분율을 곱해 1조 7582억원으로 반영했다.
올해 SK의 브랜드 로열티 수익은 전년 대비 108.3% 증가한 7692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로 인해 SK의 1분기 연결 실적은 매출액 36조 8천억원, 영업이익 3조 7천억원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고강도 구조조정 영향도 있다. SK는 리밸런싱을 통해 별도 순차입금을 2023년 10조 6천억원에서 2025년말 8조 3천억원으로 줄였다. 반도체 웨이퍼 기업 SK실트론을 매각하는 절차가 마무리되면 추가로 대규모 현금이 유입될 예정이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SK를 기피해온 원인인 높은 부채와 복잡한 지배구조가 6월을 기점으로 해소된다"고 말했다.
● SK 체질 개선과 SMR 수직 계열화
KB증권과 하나증권은 SK의 미래 포트폴리오 가치를 높게 평가하며 각각 목표주가 80만원과 56만원을 제시했다.
이들은 비상장 자회사 SK에코플랜트의 성공적인 사업 전환에 주목했다.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소재 기업(트리켐·레조낙·머티리얼즈제이엔씨·머티리얼즈퍼포먼스)을 편입했다. 건설사에서 하이테크 사업자로 탈바꿈하는 과정이다. 하이테크 사업 매출 비중은 2023년 35.0%에서 2025년 42.3%로 확대됐다.
SK에코플랜트 1분기 매출액은 1년 전보다 99.3% 증가한 4조9천억원, 영업이익은 1269.1% 늘어 9310억원을 기록했다. SK는 약 4천억원을 투입해 SK에코플랜트 지분율을 66.7%에서 71.2%로 확대하며 가치를 온전히 귀속시켰다.
결과적으로 SK는 에너지 밸류체인을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소형 모듈 원자로(SMR)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문제를 해결할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테라파워에 2억 5천만달러를 투자해 2대 주주가 됐다. 이후 4천만달러 지분을 한국수력원자력에 매각하며 삼각 동맹을 결성했다.
SK는 SMR 전력(테라파워·한수원) → 데이터센터(SK에코플랜트) → 반도체(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 구조를 갖추게 됐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력 문제를 그룹 내 수직 계열화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며 "타 지주사 대비 할인율을 파격적으로 줄일 수 있는 강력한 근거"라고 진단했다.
● CJ, 1분기 실적 부진
지주사인 CJ는 자회사의 동반 실적 부진으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하나증권은 CJ의 목표주가를 기존의 24만원으로 유지했다.
CJ의 1분기 연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한 11조 5천억원을 기록했다. 외형은 성장했으나 영업이익은 13.2% 감소한 4607억원에 그쳤다.
이는 자회사들의 마진 압박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식품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바이오 부문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26% 줄었다. CJ대한통운은 영업이익이 7.9% 늘긴 했지만 시장 기대치에 못 미쳤다는 평가다. CJ ENM은 광고 시장 침체로 간신히 적자를 면하는 실적을 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계열사들 대부분이 양호한 매출에도 영업이익이 감소해 수익성이 악화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 주춤한 올리브영·푸드빌…자사주 소각 모멘텀 有
CJ 비상장 자회사의 실적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CJ 순자산가치의 53.5%를 차지하는 올리브영은 온라인 매출 비중이 33.1%까지 늘었다. 신규 브랜드 매출도 월 200억원으로 전체 온라인 매출의 12%를 차지하며 선방했다. 하지만 미국 진출에 따른 투자비용이 반영되면서 영업이익률은 10.9%로 하락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뜻하는 인바운드 매출도 전분기 대비 6% 감소했다.
푸드빌의 상황은 더 나쁘다. 푸드빌은 1분기 매출이 11.4% 증가했으나, 미국 가맹점주 모집을 위한 광고비와 물류창고 임대료가 늘어나며 영업이익률이 1%대로 주저앉았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1.8% 급감한 23억원에 그쳤다.
다만 주주환원 가능성은 지켜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주주환원의 핵심인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가진 자기주식을 없애 유통 주식 수를 줄이는 정책이다. 주식 수가 줄어들면 기존 주주들이 가진 주식의 가치가 높아진다.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CJ는 7.3%, 올리브영은 22.6%의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해야 한다. 최정욱 연구원은 "CJ는 자사주 소각과 맞물려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될 공산이 크다"며 "올리브영의 글로벌 진출 성과도 주목할만한 포인트"라고 내다봤다. [B급기자의 B급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