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요즘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입력 2026-05-21 09:38
보호자와 가족이 시선과 걱정 내려놓고 웃을 수 있는 시간 마련 롯데장학재단, 발달장애인 가족의 문화 접근성 높이다 발달장애인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관 만들다


사실 나는 혼자 영화를 보는 일이 조금 어색하다. 그래서 누군가 내게 ‘요즘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라고 묻는다면, 영화를 보고 싶다고 답할 것 같다.

최근에는 재단 직원들과 단체로 영화를 관람했다. 상영이 끝난 뒤 서로 감상을 나누던 그 시간이 이상하게도 오래 마음에 남았다.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한 편의 이야기에 몰입하는 일. 익숙하고 평범한 이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특히 발달장애인에게 영화 관람은 설렘보다 긴장과 부담이 느껴지는 경험일 수 있다. 갑작스럽게 커지는 음향, 번쩍이는 화면, 낯선 사람들, 조용히 있어야 한다는 분위기, 그리고 주변의 시선까지.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롯데장학재단은 그 산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신격호 롯데 열린 영화제’를 마련했다. 발달장애인과 가족, 인솔교사 등 160명이 함께한 이번 영화제는 자유로운 이동과 소리 표현이 가능한 영화 관람의 기회를 제공했다. 무엇보다 자극에 예민한 자폐성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해 음향을 낮추고 후면 조명을 켜두는 등 감각적 부담을 줄이는 데 중점을 뒀다.

이번 사업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그들을 곁에서 돌보는 가족에게 하루만이라도 자유롭게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 발달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당사자도 많은 어려움을 겪지만, 그 곁을 지키는 보호자들의 삶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일상의 돌봄에서 오는 육체적인 피로는 물론이고, 쉽게 드러내지 못한 마음의 상처도 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날만큼은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았으면 했다. 소리를 내고 싶으면 소리를 내고, 웃고 싶으면 마음껏 웃고, 울고 싶으면 울어도 되는 시간. 조용히 있어야 한다는 부담도, 남에게 피해를 줄까 걱정하는 마음도 내려놓고, 오롯이 자신과 가족의 즐거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됐길 바란다.



끝으로,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이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얼마나 크게 안고 살아가는지 알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지금은 곁에서 지켜주고 있지만, 앞으로 자녀가 어떤 삶을 살아갈지에 대한 걱정은 보호자들의 마음속에 늘 무겁게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걱정이 오늘의 삶까지 모두 삼켜버리지는 않았으면 한다.

그 모든 걱정을 대신 짊어질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도 재단은 그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가족이 함께 웃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가고 싶다.

[글 기고 /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