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외도 정황이 담긴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등을 몰래 촬영한 사진도 민사소송의 증거로 쓸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A씨가 자신의 배우자와 부정한 관계를 맺은 B씨 등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배우자와 이혼소송 중이던 2019년 9∼11월 배우자의 차에 몰래 녹음기를 달아 배우자와 B씨 간의 대화를 녹음했다.
그는 또 배우자 휴대전화 속 문자 메시지와 사진, 동영상 등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식으로 부정행위 증거를 수집했다.
이에 A씨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기도 했다.
A씨가 2022년 1월 배우자와 부정행위를 했다며 B씨 등에게 위자료 청구 소송을 걸었다.
그가 차에 설치한 녹음기로 만든 녹음파일과 휴대전화 촬영 사진의 증거능력이 관건이 됐다.
대법원은 우선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은 부정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해서는 안 되고, 이런 녹음파일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정했다.
그러나 배우자의 휴대전화에 담긴 정보를 촬영한 사진은 증거가 된다고 봤다.
해당 증거가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해 수집되긴 했지만, 자유심증주의를 택하는 민사소송에선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해서 증거능력이 일률적으로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증거능력 여부는 상대방의 인격적 이익 등 보호이익과 실체적 진실 발견의 가치를 비교 형량해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했다.
이때 사건의 내용과 성격, 문제 된 위법행위의 주체·경위, 침해되는 이익의 성질과 피해의 내용, 증거확보의 필요성과 긴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또 이 사건 증거가 사생활과 관련될 수밖에 없으나 분쟁 양상에 비춰 B씨 등의 사생활이나 인격적 이익이 중대하게 침해되지는 않았다고 봤다.
또한 "해당 증거는 배우자와 B씨 등의 부정행위 사실에 대한 증거로서 필요성이 크다"며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이던 점을 고려하면 증거 확보의 긴급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부정행위를 인정해 B씨 등의 위자료 지급 의무를 인정한 원심 결론은 정당하다고 대법원은 판결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