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이란 전쟁으로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국내 정유4사(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가 일제히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다만 업계는 연초 구입한 저가 원유로 인해 일시적으로 이익이 늘어난 것이란 입장이다.
13일 실적 발표에 나선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매출액 24조 2,121억 원, 영업이익 2조 1,622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15.2%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도 각각 1조 6,367억 원, 9,335억 원으로 집계됐다. GS칼텍스는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보다 14배 늘었고, HD현대오일뱅크도 2,90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실적 발표에 나선 에쓰오일까지 합치면 정유4사의 영업이익은 약 6조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사 합산 영업이익이 811억 원에서 약 70배 넘게 증가했다.
이같은 실적반등은 중동 전쟁 이전 낮은 가격에 확보한 원유 재고가 유가 상승기에 판매되며 재고평가이익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HD현대오일뱅크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앞으로 유가 방향성은 종전 협상 결정될 것"이라며 "정제마진을 살펴 최대한 가동을 적절하게 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GS는 "중동사태에 따른 일시적 재고효과로 전년대비 증가했지만, 정유부문은 석유 최고가격제의 영향으로 재고효과를 제외하면 정제마진 이익은 전분기대비 감소했다"라고 언급했다.
문제는 실적 개선 지속 여부와 정부의 최고가격제 손실액 산정이다.
정부는 지난 3월부터 물가 안정을 위해 주유소 유통 석유 가격을 통제하는 최고가격제를 시행 중이다.
향후 손실을 보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관련 예비비(약 4조 2천억 원)에 손실액이 근접하며 지급 과정에서 진통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선 제도 시행 이후 누적손실액이 3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한다. 일주일 간 약 5천억 원의 손실을 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와 정유사 간의 손실 보전 방식 기준이 달라 보전에 문제를 겪고 있다.
정부는 회계 기준상 확인 가능한 물리적·회계적 원가만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고, 정유업계에서는 특정 제품만의 원가를 따로 계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국제 시장 가격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분기 이후 국제유가가 하락할 경우 정제마진 축소와 더해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최근 정유사들은 중동산 원유를 대체하기 위해 프리미엄을 주고 원유를 확보하고 있어, 전쟁이 끝난 뒤 국제유가가 급락하면 현재 축적 중인 고가 원유 재고가 1분기와 반대로 대규모 손실로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증권가에선 올해 4분기 정유 4사의 합산 영업이익을 2조 원대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