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미 증시 3대 지수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S&P 500 주요 섹터 가운데는 기술주의 낙폭이 가장 컸습니다.
간밤 나온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시장의 예상보다 높은 전년비 3.8% 상승으로 집계됐습니다만, 미 증시 3대지수 전체 흐름을 보면 시장에서 물가로 인한 증시 걱정을 아주 많이 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봐야겠습니다.
미국 소비자지출의 35% 이상을 차지하는 주거비가 0.6% 뛰기는 했지만, 이것은 지난해 10월 미 정부 셧다운 이후 조사가 중단되면서 그동안 건너뛰었던 것을 이번에 한꺼번에 반영했다는 점을 생각하셔야겠습니다. 그래도 점점 올라가는 유가는 물가와 금리 경로 설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만큼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계속 지켜보아야겠고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간밤 3.01% 하락했습니다. 반도체 기업 퀄컴이 11.46%, 인텔의 주가가 6.82% 내린 것을 필두로 반도체 장비·소재주들의 매도세가 눈에 띄었습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높았고, 중동 문제로 국제유가(WTI 기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긴 상황에서 반도체 랠리에 부담을 느낀 시장의 차익 실현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특기할 부분도 있습니다. 월가에서 한국의 AI 국민배당금 논의를 주목한 겁니다.
앞서 11일 오후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됐습니다.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며 초과이윤의 일부가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었지요. 블룸버그가 김 실장의 글을 인용해 다룬 뒤 12일 오전 10시부터 코스피 지수가 30분 간 6% 이상 하락하는 일을 겪기도 했었습니다.
이를 두고 프랭클린템플턴 리서치는 “AI를 민간 기업이 아닌 국가적 인프라로 바라보는 인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미국과 EU 지역에서 추진되는 디지털세(구글세), 혹은 도입되려다 중단된 로봇세와 같은 개념이 AI 인프라에도 도입될 수 있다는 인식이 시장에 퍼지고 있는 겁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장이 AI에 대해 단순 기술 발전을 넘어 정치적 규제 리스크까지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했고요.
반도체 종목 외, 간밤 주목할 만한 움직임 보인 미 증시 특징주도 살펴보죠.
디 웨이브 퀀텀 (QBTS)
디 웨이브 퀀텀은 이번에 엇갈린 실적을 내놨습니다. 매출이 286만 달러로 크게 줄면서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는데요. 회사는 지난해 있었던 대규모 양자컴퓨터 판매 영향으로 이번 분기 매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CEO도 앞서 이런 흐름을 ‘덩어리성 매출’이라고 표현한 바 있는데요. 아직 시장이 초기 단계다 보니 대형 계약이 들어오는 시점마다 매출 변동폭이 크게 나타난다는 겁니다. 여기에 비용 부담까지 커지면서 손실 폭도 확대됐습니다. 다만 앞으로 매출로 이어질 수주 자체는 늘어났는데요. 그럼에도 시장은 당장 실적 부진 쪽에 더 반응했고, 결국 주가는 하락 마감했습니다.
온 홀딩 (ONON)
스위스의 나이키로 불리는 온 홀딩도 실적은 꽤 강했습니다. 매출과 EPS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는데요. 이런 강한 매출에 힘입어서 이익률 전망도 상향 조정했습니다. CEO는 새로 출시한 스니커즈 판매가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는데요. 실제로 ‘클라우드틸트’ 모델은 3월 유럽 풋락커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신발로 집계됐습니다. 다만 스위스프랑이 오르면서 핵심 시장인 미주 지역 매출에는 부담이 나타났고요. 결국 주가는 하락 마감했습니다.
오클로 (OKLO)
오클로는 이번에 순손실이 시장 예상보다 크게 나왔습니다. 연구개발비와 일반관리비가 증가한 영향이 반영된 건데요. 다만 주당 손실은 예상에 부합했고요. 영업손실은 5,12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15억 9천만달러라고 발표했습니다.
게임스탑 (GME)
이전에 게임스탑이 이베이에 560억 달러에 인수 제안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죠. 그런데 오늘은 이베이가 그 제안을 거절했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이베이는 게임스탑에 보낸 서한에서 “신뢰하기 어렵고, 매력적인 제안도 아니다”라고 밝힌 건데요. 사실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였습니다. 투자자들도 “게임스탑이 자기 회사보다 훨씬 큰 거래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거냐”는 의문을 계속 제기해왔기 때문인데요. 모건스탠리 역시 구조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게임스탑이 금액을 더 높여도 이베이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결국 이런 소식 속에 주가는 하락 마감했습니다.
깃랩 (GTLB)
소프트웨어 기업 깃랩이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회사 역량을 ‘에이전틱 AI’ 중심으로 바꾸기 위한 움직임인데요. 이에 따라 인력 감축과 관리 조직 축소, 그리고 일부 운영 지역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얼마나 많은 인력이 영향을 받을지, 또 재무적으로 어느 정도 부담이 생길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고요. 깃랩은 관련 내용을 다음 달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추가로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소식에 주가는 하락 마감했습니다.
CME 그룹 (CME)
미국 파생상품 거래소 CME그룹이 시장정보 업체 실리콘데이터와 함께 ‘컴퓨팅 파워’를 사고파는 선물시장 구축에 나선다고 밝혔습니다. 쉽게 말해 AI를 돌리는 데 필요한 서버·GPU 자원의 가격 변동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겠다는 건데요. 앞으로는 AI 개발사나 클라우드 업체들도 원자재 선물처럼 컴퓨팅 자원을 헤지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블랙록의 래리 핑크도 지난주 AI 컴퓨팅 자원 자체가 새로운 투자 자산이 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는데요. 다만 이번 프로젝트는 아직 규제당국 검토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런 기대감 속에 주가는 상승 마감했습니다.
웬디스 (WEN)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웬디스 최대주주인 넬슨 펠츠의 트라이언펀드가 웬디스를 비상장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근 실적 부진과 경영 공백 우려가 커지자, 아예 상장 폐지 이후 구조조정과 브랜드 재정비를 더 강하게 추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는데요. 현재 트라이언펀드는 남은 지분을 사들이기 위한 자금 모집에 나선 상태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아직은 초기 검토 단계라고 전해졌고요. 이런 소식에 주가는 상승 마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