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법이 상반기 정무위원회 마지막 회의에서도 안건에 올라가지 못했다. 다만 산업 현장과 더불어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안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어 하반기 중 논의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2일 법안심사1소위원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금융 분야 공약인 서민금융안정기금 설치법을 포함해 조각투자, 증시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이 논의됐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안건에서 제외됐다. 은행·비은행 등 발행주체의 범위 제한, 지배구조(대주주 지분) 규제 등 쟁점 사안에 대해 금융당국, 여야,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정리되지 않은 만큼 상정되지 못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디지털자산법은 자산의 발행·유통·공시·상장 등 전체 생태계를 포괄하는 종합 안이다. 지난 2024년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1단계) 시행 이후, 2단계 디지털자산법 제정이 2년 가까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디지털자산 생태계의 골격이 부재한 상황 속 자본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국내 거래소 외부 출고액 107조3천억원 중 본인확인을 거쳐 해외 사업자·개인지갑으로 이전된 금액은 약 90조원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 선진국들은 무게추를 디지털자산으로 옮기고 있다. 미국은 ‘지니어스 법’에 이어 디지털자산 전반의 법적 기준을 정비하는 ‘클래리티 법안’ 제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은 가상자산을 금융상품거래법 적용 대상으로 재분류했고, 홍콩은 지난해 8월부터 스테이블코인 라이선스 체제를 가동해 첫 라이선스를 발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은 규제가 가장 명확한 곳으로 흐른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완벽한 법안을 한 번에 완성하기 보다는 큰 틀, 굵은 줄기에서의 결정을 우선 내려야한다”고 조언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인가, 준비금·상환 의무, 공시·감독 권한 등 핵심 골격에 대한 정치적 합의를 우선 이뤄야한다는 뜻이다.
국회 또한 이같은 목소리를 인지하고 있다. 여야는 5월 상임위 원구성, 6월 지방선거 이후 하반기 들어 디지털자산법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을 위한 디지털자산기본법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한 논의를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강일 민주당 의원 또한 “글로벌 규제 환경 변화 속에서 한국형 제도 설계와 산업 육성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국민의힘 주식·디지털자산 밸류업 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상훈 의원은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법안 심사 안건으로 올려 바로 심의에 착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