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소형 고속정 전력이 미국 해군에 새로운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규모 화력은 아니지만 집단 기동과 기습성을 앞세운 '모기 함대'가 해상 긴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슬람혁명수비대가 운용하는 이른바 '모기 함대'는 이란 남부 해안의 만과 동굴 등에 분산 배치돼 있다. 필요 시 호르무즈 해협으로 집결해 해상 통제 능력을 과시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이 전력은 수백 척 규모의 소형 고속정으로 구성된다. 일부는 기관총만 장착했지만 단거리 미사일을 탑재한 선박도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개별 전력만으로는 미 해군 함정이나 대형 유조선을 격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하지만 위협은 단순 화력에 그치지 않는다. 고속정이 대거 출동하고 미사일과 드론 전력까지 결합될 경우 선박 운항 자체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미국 싱크탱크 해군분석센터의 조슈아 탈리스은 "군함이든 고속정이든 선박을 향해 다가오면 선원에게는 실제적이고 즉각적인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 해군을 두고 "바다 밑바닥에 처박혔다"며 고속정에 대해서도 "빠르다고 해봐야 앞에 기관총 하나 달린 수준"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럼에도 이 전력은 이란 군사 전략에서 핵심 요소로 꼽힌다. 항공모함 등 대형 전력과 정면 대결은 어렵지만 상대를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비대칭 전력으로서 효용성이 크다는 평가다.
CNN에 따르면 소형 고속정은 해수면과 가까이 붙어 이동해 탐지가 쉽지 않다. 레이더 포착도 늦어 대응 시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미군이 이를 감시하려면 헬리콥터와 드론 등 다양한 자산을 동원해야 한다. 그러나 출동 시점과 위치를 예측하기 어려워 대응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란 정규 해군의 노후화도 이러한 전력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시다르트 카우샬은 "이란의 정규 해군은 팔레비 왕조 시절 도입한 미국산 초계함과 노후 러시아 잠수함 등에 의존하고 있다"며 일부 전력은 사실상 운용이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전쟁 초기 이란 정규 해군을 사실상 무력화했다"며 "이란이 의존하는 것은 '모기 함대'와 같은 비대칭 전력"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력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처음 활용됐다. 이후 선박 공격과 화물 손상, 나포 지원, 기뢰 부설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해왔다.
현재 이란은 500척에서 1,000척 수준의 고속정을 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자폭형 드론정과 미사일·어뢰 발사 무인정 등 1,000척 이상의 무인 수상 전력, 해안 배치 미사일 체계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연구소의 파르진 나디미은 "현재 수준의 미군 통제력이 유지되면 이란 고속정 활동은 제한될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이러한 수준의 미군 배치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