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더니 세수 '비상'…獨 정부 "트럼프 때문"

입력 2026-05-08 21:05


대대적 돈 풀기에 나섰던 독일 정부가 중동전쟁 여파로 수입 예상치가 악화됐다며 재정 부담의 원인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돌렸다.

라르스 클링바일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세수 전망 발표 자리에서 "추산치는 이란전쟁이 경제를 얼마나 해치고 있는지 보여준다"며 "도널드 트럼프가 일으킨 무책임한 전쟁과 그로 인한 에너지 가격 충격이 우리 경제 동력에 제동을 걸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독일 경제가 7년째 위기를 겪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푸틴의 전쟁뿐 아니라 관세 분쟁 여파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재무부와 분데스방크, 경제 싱크탱크 등이 참여한 세수전망팀은 올해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세수가 지난해 10월 예상보다 178억유로(약 30조7,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2030년까지 누적 감소 규모는 875억유로(약 150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독일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해 5,000억유로(약 862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기금을 조성해 향후 12년간 투입하기로 했다.

또 국방비는 헌법상 부채한도 적용 예외로 인정하면서 내년에만 1,965억유로, 약 339조원의 신규 부채를 떠안게 된 상황이다.

최근 독일 정부는 중동전쟁 여파를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0%에서 0.5%로 낮췄고 내년 전망치도 1.3%에서 0.9%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독일 내부에서는 세수 감소 책임을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돌리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도 나온다.

독일 일간 벨트는 예상 세수가 감소한 것이 아니라 증가 폭이 줄어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독일 정부 예상 세수는 지난해 9,900억유로, 약 1,707조원에서 올해 9,990억유로, 약 1,723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또 식당 부가가치세 인하와 제조업체 전기세 감면 연장, 이달 시행된 유류세 인하 등 세법 개정에 따른 세수 감소분이 전체 감소 예상액 875억유로 가운데 477억유로, 약 82조3,000억원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독일 정부는 추가 소득세 감면도 예고한 상태다.

독일 연립정부는 경기 부양 명분 아래 확장 재정 정책을 펴면서 실제로는 총선 공약 이행에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녹색당 예산정책 대변인 제바스티안 셰퍼는 "성장 효과 없는 감세 정책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벨트 역시 "불필요한 선거 선물이자 값비싼 시장 개입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클링바일 장관은 지난달 재정 적자 확대 우려에 대해 "지난 20년간 과도한 긴축으로 망가진 것이지 내 책임은 아니다"라고 반박한 바 있다.

(사진=EPA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