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중국이 연이어 초강수 조치를 내놓으며 대미 전략 기조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자신감이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중국이 더 이상 수세적 대응에 머무르지 않고, 미국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뉴스레터를 통해 "최근 일주일 새 중국 정부는 미국 테크 기업 거래 하나를 무산시켰고 자국 석유업체들에는 미국 제재를 거부하라고 명령했다"며 "두 조치 모두 전례가 없었고 간결했으며 수년째 그저 예고만 됐던 것들"이라고 진단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빅테크 메타가 중국계 AI 스타트업 '마누스'를 인수한 거래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외국인투자안전심사판공실을 통해 해당 거래를 금지한다고 단 한 문장으로 통보했다. 별도의 설명이나 협상 여지 없이 결론만 제시한 점에서 중국의 태도 변화가 읽힌다는 평가다.
또 다른 조치는 대이란 제재를 둘러싼 대응이다. 미국 정부가 이란산 석유를 수입한 중국 기업과 개인을 제재하자, 중국 상무부는 이를 승인하거나 집행, 준수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령을 내렸다. 미국의 제재를 사실상 정면으로 거부한 셈이다.
WSJ는 이러한 조치를 두고 "중국 정부가 거의 1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예고해왔던 중국의 제재 공세 시대가 시작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법적 기반은 갖춰왔지만 실제 활용에는 소극적이었던 중국이 이제는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섰다는 의미다.
딜런 로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는 "중국 정부가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일방적이고 불공정한 제재에 대해 저항할 의지가 있으며, 저항할 수 있다는 중대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중국이 보다 과감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으로는 기술 경쟁력 강화가 꼽힌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배터리 등 첨단 산업에서 자국 기술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서방과의 관계 악화에 따른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시 주석의 자신감이 커진 것도이러한 대응을 가능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경제 규모 성장을 넘어,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을 다루는 궁극의 방법을 알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오는 14~15일 베이징에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일련의 조치는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읽힌다. 미국이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컨설팅업체 후퉁리서치의 펑추청 창립 파트너는 중국 정부가 미국이 '협상카드를 만드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