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해야 할 때 왔다"…한은 내부 '돌변'

입력 2026-05-06 12:06
1분기 깜짝 성장에 통화정책 기류 급변 28일 금통위서 긴축 신호 보낼 듯


한국은행 내부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공개 발언이 처음 나오면서 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예상보다 강한 경제성장과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 압력이 겹치며 한은이 장기간 이어온 금리 동결 기조를 끝내고 긴축 재개를 검토하는 분위기다.

6일 한은에 따르면 유상대 부총재는 지난 3일(현지시각)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리 인상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유 부총재는 당연직 금융통화위원으로, 근래 금통위원이 공개 발언을 통해 금리 인상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갓 취임한 신현송 총재 대신 해외 출장을 떠난 유 부총재의 이런 언급은 신 총재나 다른 금통위원들과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오는 28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통화정책 방향 전환 가능성을 사전에 시장에 전달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유 부총재가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나선 것은 불과 한 달 전의 금통위 공식 입장과 현재 한은 내부 기류에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금통위는 지난달 10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올해 성장률이 2.0%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에는 중동 전쟁 여파로 성장 둔화 우려와 물가 상승 압력이 동시에 커지면서 기준금리를 당분간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발표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가 1.7%를 기록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이는 한은 기존 전망치인 0.9%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물가 상방 압력이 유효한 가운데 성장 하방 대신 오히려 상방 압력이 높아진 것이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높이고 있다. JP모건은 3.0%, 씨티는 2.9%, BNP파리바는 2.7%를 각각 제시하며 한은 기존 전망치(2.0%)보다 최대 1.0%포인트(p) 높은 수치를 내놨다.

시장 일각에서는 올해 우리나라 명목 GDP 성장률과 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이 이례적으로 나란히 10%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은 역시 오는 28일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이 지난 2월 1천700억달러로 예상했던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2천억달러 안팎으로 대폭 높여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사상 최대 규모의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등 유례없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따른 수출 호조가 지속되는 점을 고려한 분석이다.

정부가 26조2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집행으로 취약 부분을 집중 지원하는 가운데, 한은은 통화정책을 통해 물가 압력 등 경제 리스크를 관리하는 '정책 믹스' 차원에서도 금리 인상 쪽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되면서 한미 금리 격차가 1.25%p로 여전히 높게 유지된 점도 한은 금리 인상의 고려 요소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오는 28일 금통위에서 수정 경제전망과 점도표 등을 통해 한은이 긴축 전환 신호를 보다 분명히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은은 현재까지는 기준금리 결정 직전까지 경제 지표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