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 호황에 수혜를 받는 대기업 종사자 부모들은 어린이날 선물 예산도 크게 높였다는 말이 나온다.
'슈퍼 사이클' 덕에 영업익이 치솟고 그에 따른 큰 보상이 예상되는 반도체 업계 종사자들은 5월 가정의 달을 여유롭게 맞이하고 있다.
경기 이천의 SK하이닉스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이모(47)씨는 13세 아들에게 전동 스케이트보드와 태블릿PC를 선물해 총액 120만원 이상이 들었다.
이씨는 "어린이날 겸 생일 선물"이라면서도 "최근 지갑 사정이 나쁘지 않아 아이에게 쓰는 비용을 아끼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동료들 사이에서도 '이번 어린이날에는 평소보다 더 쏴도 괜찮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직원인 박모(29)씨도 이번 가정의 달 예산은 씀씀이가 커졌다.
박씨는 "성과급 전후로 확실히 소비가 늘었다"며 "이번 달 가족 선물 예산을 평소의 두 배인 40만원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반도체 부문 양대 대기업에 근무하는 일부의 이야기일 뿐이다.
영양교사 이모(40)씨는 10살 아들의 어린이날 선물 예산을 5만원으로 정했다. 이씨는 "마음 같아서는 더 해주고 싶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다"고 털어놨다.
서울 소재 한 회사에 다니는 이모(29)씨도 세 살 조카에게 줄 선물 가격대를 크게 낮췄다.
이씨는 "예전에는 가방이나 바디필로우 등 그래도 가격대가 있는 선물을 줬는데 올해는 지갑 사정을 고려해 3천원 정도 하는 슬라임을 사주려 한다"고 말했다.
이런 씀씀이 격차는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에서도 감지된다.
유명 외제차를 본뜬 어린이용 전동차가 서울 한 지역에서는 9만원에 올라왔다. 반면 삼성전자가 있는 화성시 동탄에서는 같은 제품이 30만원에 판매된다.
이는 지역별 거주자들의 소비 수준 차이가 반영된 결과라는 말이 나온다.
문제는 아이들이 교실에서 격차를 체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양교사 이씨는 "누구는 연휴에 유럽 여행을 다녀왔는데 누구는 에버랜드에 갔다며 서로 비교하는 식"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어린 나이부터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고 우려했다.
소비 격차가 장기적으로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어린 시절 주어지는 기회가 '계층'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사회가 됐다"며 "이때 아이가 느끼는 좌절감과 수치심, 박탈감 등은 성장하고서도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함 교수는 "무엇보다 사회 전반에서 소득 등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 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아이가 교실에서 받은 심리적 상처가 장기적인 트라우마로 이어지지 않도록 교육 현장에서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