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으로 전세계 유가 급등하자 유럽에서 싸게 기름을 넣기 위해 국경을 넘는 '원정 주유'가 성행하고 있다.
사실 평소에도 유가가 비싼 나라 주민들이 이웃 나라로 '원정 주유'를 하는 것은 일상이었다. 솅겐 협약 덕분에 대부분 유럽연합(EU) 회원국들 간 이동 시 자유로운 국경 통과가 가능해서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기름값이 오르자 더 많은 사람들이 국경을 넘고 있다고 네덜란드 타임스가 3일(현지시간) 전했다.
유럽 국가들은 국경을 맞대고 있어서 나라 별로 유가가 천차만별이다. 유류세와 유통구조,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수입 비용 차이 등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경우 이란 전쟁 여파로 기름값이 급등하면서 지난 2일 기준 1L당 휘발유 가격이 2.62유로(약 4천500원)에 달했다. 그러자 벨기에에서 기름통을 채우고 돌아오는 주민들이 급증하고 있다.
벨기에 주유소에서는 L당 휘발유 값이 이란 전쟁 이전 1.4유로(2천420원) 선에서 현재 1.9유로(약 3천300원)다. 이곳 역시 중동 정세 영향에 기름값이 오르긴 했지만 네덜란드보다는 훨씬 싸다.
네덜란드 경제학자 잔니네 판 레켄-판 베이는 "(유가) 차이가 커지면 소비자들은 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동 전쟁 이후 네덜란드 남부 국경 지대의 휘발유 소비량 중 약 15%가 벨기에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했다.
접경 지역의 주유소들은 고객이 줄어 울상이다. 벨기에 국경 인근에 위치한 한 네덜란드 주유소 사업자는 "향후 2개월 정도는 평소보다 한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독일 역시 지난 1일부터 유류세를 낮춰 네덜란드 휘발유 가격보다 더 저렴해지자 네덜란드 동부와 국경을 접한 독일 지역으로 가는 원정 주유가 늘기 시작했다.
현재 독일의 휘발유 가격은 L당 2.1유로(약 3천640원) 선이다. 2개월 간 유류세를 인하하기로 해 L당 휘발유 값이 17센트(약 294원) 하락했다.
한편 독일 동부 소비자들은 국경을 넘어 폴란드로 가서 기름통을 채우고 있다. 폴란드의 경우 L당 휘발유 가격이 6.14즈워티(약 1.45유로·약 2천510원)로 독일보다 훨씬 싸다.
문제는 원정 주유를 가는 사람들 탓에 독일과 폴란드 국경에서 상습 교통 체증이 빚어진다는 점이다. 폴란드에서 연료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폴란드 당국은 외국인에 대한 판매를 제한하고, 원정 주유 운전자들을 단속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