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계곡 갈래? 춤추는 이은해…범죄 희화화 논란

입력 2026-05-02 08:55
수정 2026-05-02 09:23
흉악범 희화화하며 범죄를 오락으로 소비 'AI 범죄자 밈' 피해자 2차 가해 우려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된 흉악범 관련 가짜 영상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실제 교도소 상황처럼 꾸며진 영상 속에서 범죄자들이 식사를 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등장하지만, 이는 모두 얼굴과 음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허위 콘텐츠다.

2일 유튜브 등 플랫폼에는 연쇄살인범 유영철·강호순을 비롯해 오원춘, 정유정 등 강력 범죄자들이 죄수복 차림으로 등장하는 영상이 '교도소 근황' 등의 제목으로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다. 일부 영상은 조회수 260만회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되고 있다.

영상 속 인물들은 카메라를 향해 웃거나 농담을 하는 모습까지 연출돼 현실감이 더욱 강조된다.과거 범죄자를 조롱하거나 희화화한 사진 중심 밈에서 한층 진화한 양상이다.

최근에는 이은해나 정유정이 춤을 추는 영상, 여성 흉악범들을 한데 묶은 이미지 콘텐츠 등이 등장하며 범죄를 오락처럼 소비하는 경향도 강화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콘텐츠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AI가 실제와 유사한 영상과 음성을 구현하면서 범죄의 심각성을 희석시키고, 피해자의 고통을 가볍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범죄자 얼굴과 음성이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피해자에게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범죄자를 희화화, 우상화하거나 범죄를 오락화하는 AI 콘텐츠에 대한 규제는 현재로선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가 플랫폼에 삭제나 접속 차단을 요청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명확한 처벌 규정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AI 윤리 전문가들은 기술 발전 속도에 맞는 규범과 법제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범죄를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콘텐츠가 확산될수록 사회적 부작용이 커질 수 있는 만큼, AI 활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