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설' GM은 남았는데…혼다는 왜 떠났나

입력 2026-04-30 17:39
수정 2026-04-30 18:43
<앵커>

한때 '철수설'이 무성했던 제너럴모터스(GM)가 최근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한국을 주요 생산 거점으로 구축했습니다.

반면 혼다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23년 만에 한국을 떠나기로 했는데요.

같은 시장을 두고 다른 판단을 내린 이유, 취재 기자와 알아 보겠습니다.

산업부 이지효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직접 GM 한국 사업장을 다녀왔다고요?

<기자>

제너럴모터스, GM은 2018년 군산 공장을 폐쇄할 당시 2028년까지 국내 사업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산업은행에서 약 8,000억원을 지원 받기도 했는데요.

이 이후부터는 꾸준히 철수설이 제기됐습니다. 최근에는 직영 서비스센터 폐쇄 방침까지 알려졌고요.

제가 GM 창원 공장을 다녀왔는데요. 막상 현장을 가보니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일단 가동률이 95%입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공장은 설비 점검이나 교대 전환을 감안해 80% 수준을 양호하다고 보거든요.

95%는 사실상 풀가동에 가깝습니다. GM 글로벌 공장 중에서도 최고 수준입니다.

한국 사업장에서는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를 만듭니다. 그리고 만든 차량 대부분을 미국으로 보내죠.

이들 차량은 최근 7년 만에 누적 생산 200만대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입니다.

기획부터 디자인, 엔지니어링,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이 한국에서 수행됐는데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총 42만2,792대가 팔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SUV) 부문에서 약 43% 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미국 소형 SUV 고객 2명 중 1명은 한국GM에서 만든 차량을 선택했다는 의미죠.

여기에 지난달 GM은 한국 사업장에 약 8,800억원을 새롭게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누적 투자액만 이미 3조원에 달합니다.

<앵커>

철수를 결정한 시장에 투자를 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투자로 공장은 많이 달라졌습니까?

<기자>

아시프 카트리 GM 해외사업부문 생산총괄 부사장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카트리 부사장은 "한국에서 철수하고자 한다면 이런 투자를 이어나갈 이유가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얼핏 봐도 공장에는 사람보다 더 많은 627개의 로봇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로봇 팔이 불꽃을 튀기며 용접을 했는데요. 이 부분은 100% 자동화가 이뤄졌고요.

뒤죽박죽 쌓인 부품을 로봇이 스스로 인식해 공정에 투입하기도 했습니다.

인근 마산 가포신항은 GM 한국 사업장의 수출 거점이 됐는데요.

항구에 들어서자 글로비스(GLOVIS)라고 적힌 거대한 선박 앞에 트랙스 크로스오버 수만 대가 줄지어 있었습니다.

GM 관계자는 "창원 공장은 시간당 60대를 생산하지만 미국에서 워낙 잘 팔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지금은 미국에서 차가 잘 팔리니까 괜찮지만 언제든 한국을 떠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기자>

그런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GM은 과거에도 벨기에, 호주 등에서 사전 예고 없이 공장을 닫은 전례가 있죠.

다만 GM 입장에서 한국을 쉽게 떠나기 어려운 구조적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소형 SUV는 미국 시장에서 대체재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고요. 한국 만큼 잘 만드는 곳이 없습니다.

관련해서 전문가 인터뷰 준비했습니다.

[김필수 /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지난 60년 동안 내연기관을 포함한 모든 부분을 국산화할 정도의 노하우가 쌓인 유일한 선진국이 대한민국입니다. 자동차 부품, 완성차까지 포함이 돼 있습니다. 한국GM 입장에서 84%를 미국으로 수출하기 때문에…]

반대로 보면 혼다가 최근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혼다는 한국에서 만든 게 없었습니다. 오로지 팔기만 했는데 그 판매가 무너진 상황인데요.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혼다코리아는 2019년 자동차 8,760대를 팔았는데요.

지난해 판매량은 1,951대에 불과했습니다. 한때 수입차 1위였던 브랜드가 연간 2,000대도 못 파는 상황까지 온 겁니다.

게다가 혼다가 국내에 들여 오는 자동차는 전량 미국 오하이오주 공장에서 생산합니다.

미국에서 만들어 한국에 파는 구조인데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앵커>

일본 완성차의 한국 시장 철수는 혼다가 처음이 아니잖습니까.

<기자>

스바루는 2012년 진출 3년 만에 철수했고요. 닛산 역시 2020년 사업을 접었습니다.

업계에서는 일본 브랜드의 구조적 한계가 명확했다고 말합니다.

한국에 공장이 없는 순수 판매 법인이었고요. 불매 운동이라는 외부 충격이 오자 버틸 기반이 사라졌습니다.

혼다 기준으로 보면 한계가 더 뚜렷합니다.

혼다가 국내에서 팔던 차종은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요. 소비자가 관심이 있어도 살 차가 없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한국은 하이브리드를 합친 친환경차 비율이 이미 60%에 육박하는 시장입니다.

혼다는 한국에서 끝내 순수 전기차를 단 한 대도 출시하지 못했습니다. 하이브리드도 도요타에 밀린 상황이고요.

여기에 혼다는 철수를 앞두고도 신차 사전 계약을 강행했는데요.

마지막까지 한국 소비자를 우롱했다는 오명을 남기게 됐습니다.

[김필수 /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혼다는 닛산 철수 과정과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습니다. 전동화에 대한 실패, 소비자가 요구하는 가격 등 가성비, 디자인, 옵션, 또 미래차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한국 시장은 브랜드 이름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곳이 됐다는 의미입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