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국내 증시가 급등세를 기록하면서 5월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과열에 따른 조정론과 실적 개선에 기반한 추가 상승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5월 국내외 주식시장은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충과 전략 자원의 가격 상승이 투자의 향방을 결정짓는 키워드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코스피, 4월 31% 폭등…"5월은 전강후약"
29일 IBK투자증권은 5월 국내 증시는 4월의 폭발적인 상승세가 남긴 기술적 부담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언급했다. 코스피는 4월에 31% 가량 상승했는데, 이는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월 이후 월간 최대 상승폭이다. 주가가 단기간에 가파르게 오르면서 현재 주가와 평균 가격 사이의 거리를 나타내는 '이격도'가 모든 지표에서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은 단기 폭등에 따른 기술적 부담을 갖고 있다. 5월에는 주식을 팔라는 '셀 인 메이(Sell in May)'라는 계절적 효과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 투자자들은 관망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코스피가 7000포인트에 근접할 경우, 이익을 확정 지으려는 단기 차익 실현 욕구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차익실현으로 인한 조정은 5월 중순을 넘어가면서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다. 변 연구원은 그 이유로 4월 코스피가 5% 이상 상승했던 해의 5월 코스피 지수는 한 번도 하락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변 연구원은 "5월 15일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 취임 전후로 짙은 관망세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이를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 주가보다 빠르게 오르는 실적 전망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는 강력한 무기는 기업들의 견고한 실적이다.
3월 코스피는 12.9% 하락했지만, 향후 1년의 이익 전망치인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는 8.7% 상향 조정됐다. 주가는 내렸는데 기업이 벌어들일 돈은 늘어난 셈이다. 당시 주가수익비율(P/E)은 19.9% 낮아져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반등의 본질은 이익 전망치 상향이 할인율 부담을 이긴 장세였다"고 강조했다.
노 연구원은 5월 증시의 변수로 환율과 유가가 만드는 부담을 기업 이익이 얼마나 흡수할지를 꼽았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은 이익 개선폭이 60.5%에 달한다. 주가 과열을 나타내는 RSI 지수가 70~80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주가 상승의 충분한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반도체를 5월 '핵심 보유' 업종으로 꼽았다.
이외에도 이익 전망이 양호한 화학(EPS +12.7%)과 에너지(+12.3%), 그리고 수급이 몰리는 건설(RSI 75.2), 조선(RSI 74.8) 등도 5월의 관심 업종으로 꼽았다. 그는 5월 코스피 지수 밴드를 6200~7500으로 제시했다. 하단인 6200은 12개월 선행 P/E 7.0배를 적용한 수준이다. 연간 지수 밴드는 6000~8600으로 상향 조정했다.
● 미국, AI 인프라 부족의 만성화
증권가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의 AI 설비투자를 5월 미국 증시의 핵심 변수로 꼽고 있다. AI 서버 운영에 필수적인 전력 공급 장치와 원자재 부족 현상이 만성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원유 시장의 공급 부족 가능성이 지속되고 있어 유가의 하방 경직성이 주가 하단을 지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방 경직성'이란 가격이 한 번 오르면 아래로 잘 떨어지지 않는 성질을 뜻한다. 즉,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에너지 기업들의 실적을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미다.
조 연구원은 5월 미국 주식 시장의 또 다른 주도 축으로 테크 섹터를 꼽았다. 실적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테크 섹터를 중심으로 실적 예상치의 상향 조정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AI 활용 확대에 따른 기업들의 마진 개선 기대감이 원자재 가격 상승 우려를 충분히 상쇄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컴퓨팅 수요 증가의 수혜를 입는 '네오클라우드' 섹터를 언급했다. 메타(Meta)가 단독으로 620억달러 규모의 메가딜 약정을 체결한 사례는 AI 인프라에 대한 구조적 수요가 얼마나 강한지를 입증하는 증거다. 조 연구원은 "전력, 반도체, 데이터센터, 네트워크인프라 등 AI 노출도가 높은 포트폴리오가 5월 증시에서도 견고한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中 PPI 상승기, 전략 자원과 테크 소재 반등
중국 경제는 공장에서 물건이 나갈 때의 가격인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PPI 상승기'에 진입했다는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과거 중국 증시를 보면 PPI가 오를 때 원재료와 중간재를 다루는 산업의 주가가 가장 가파르게 상승했다. 특히 최근 중국 정부가 기업들 간의 제살깎아먹기식 가격 경쟁을 막는 '반내권(反內卷)'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눌려있던 제품 가격이 정상화되고 기업들의 이익이 빠르게 개선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물가 상승을 세 가지로 분석했다. 첫 번째는 신산업 수요와 지정학적 위기가 맞물린 '전략적 자원' 분야다. 여기에는 비철금속, 철강, 석유가스 정제 등이 포함된다. 산업의 가장 기초가 되는 상류 자원으로 가격 결정권이 기업으로 넘어가면서 수익성이 극대화되고 있다.
두 번째는 AI 투자 확대에 따른 테크 소재·부품이다. AI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필수적인 통신 케이블, 케이블 부품, 유리섬유, PCB(인쇄회로기판) 등의 가격이 오르고 있다. 이는 단순 물가 상승이 아니라 AI 열풍에 따른 수요 폭발이 가격을 밀어 올리는 구조다. 세 번째는 질소비료, 클로르알칼리 등 전통적인 경기 민감 업종이다.
박 연구원은 "5월 중국 증시는 가격 인상 수혜를 직접 입는 전략적 자원과 AI 테크 부품주들이 신고가를 경신하며 시장 전반의 상승세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