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협상' 갈라진 이란 강경파…"전례 없는 내분"

입력 2026-04-29 21:01


미국과의 종전 협상을 둘러싸고 단일대오를 유지해온 강경파 진영이 공개 충돌 양상까지 보이며 전례 없는 분열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체제 매체 이란 인터내셔널은 29일(현지시간) 미국과 협상 노선을 둘러싸고 이란 강경 진영 내부 균열이 본격화했다고 보도했다. 협상 찬반을 넘어 차기 권력 지형을 둘러싼 세력 다툼 성격도 짙다는 평가다.

갈등은 이번 주 초 초강경파 성향 의원들이 종전 협상단 지지 연명 서명을 거부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후 보수 매체와 혁명수비대(IRGC) 계열 언론까지 가세하며 공개 설전으로 번졌다.

대립의 중심에는 사이드 잘릴리 전 핵 협상 수석대표를 지지하는 초강경파와 최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협상을 이끈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 측 세력이 있다. 외교 노선을 둘러싼 충돌이 권력 경쟁으로 확대된 셈이다.

잘릴리 계열 의원 7명을 포함한 27명의 의원은 이슬라마바드 협상단과 갈리바프 의장의 리더십을 지지하는 공동 성명에 서명을 거부했다. 이는 의회 내 세력 분화가 본격화됐음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해석된다.

협상단에 포함됐던 마흐무드 나바비안 의원은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설정한 이른바 '레드라인'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협상단이 이를 어기고 미국과 핵 문제를 접촉했다고 폭로했다.

잘릴리 전 대표도 직접 공세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모즈타바를 향해 현재 협상이 본인의 지시인지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어 "그렇지 않다면 이는 관리들의 선동이며 모든 성명서는 쿠데타 모의자에 의해 쓰인 것"이라며 갈리바프 의장을 정조준했다.

갈등은 언론전으로도 번졌다. 잘릴리 측 입장을 대변하는 라자 뉴스와 혁명수비대 계열 타스님 뉴스는 서로 국가 단결을 해치고 있다며 공개 비난을 주고받았다.

타스님 뉴스는 사설에서 초강경파가 주장하는 '모든 제재 해제 요구', '역내 동맹군에 대한 전면 휴전 요구' 등이 비현실적이라며 현실적 협상 노선을 옹호했다. 이에 라자 뉴스가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타스님 뉴스는 해당 기사를 삭제했다.

다만 기사 삭제 이후에도 감정 섞인 공방은 이어지고 있다고 이란 인터내셔널은 전했다. 시장에서는 이란 내부 권력 균열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과의 협상 속도는 물론 중동 정세 불확실성도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