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내 최초 해외 부동산 상장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결국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습니다. 벨기에 브뤼셀의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급락하면서 자금 경색을 버티지 못한 건데요. 2만 8천 명이 넘는 개인 투자자 자금과 채권 4천억 원 가까이가 사실상 동결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증권부 이민재 기자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이 기자, 임대료 받는 리츠가 왜 회생까지 가게 된 겁니까?
<기자>
제이알글로벌리츠는 벨기에 브뤼셀의 파이낸스타워와 뉴욕 맨해튼 빌딩 등 해외 오피스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인데요. 핵심은 이렇습니다. 임대 수익보다 나가는 돈이 많아진 상황을, 단기채를 반복 발행해 버텨오다 결국 막혔다는 겁니다. 금리 급등과 글로벌 오피스 시장 약세로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크게 떨어졌고, 이로 인해 차입 구조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임대 수익만으로는 배당과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전자단기사채를 반복 발행해 운영자금과 배당 재원을 메워온 건데요. 이번에 문제가 된 단기채 규모만 400억 원입니다. 이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한꺼번에 터진 것입니다.
<앵커>
제이알 리츠 측 대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리츠 측은 "올해 초 유상증자로 1,200억 원을 조달해 차입금 상환 등에 쓰려 했지만, 현지 대주단이 감정평가에 부당하게 개입해 자본 조달이 막혔다"고 해명했습니다. 현재 영국 상업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자율구조조정 지원도 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떤 피해가 예상됩니까?
<기자>
크게 세 갈래입니다. 먼저 상장 리츠 주주입니다. 개인 투자자 약 2만 8,200명이 주주로, 이들이 보유한 지분 가치는 약 2천억 원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회생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주식 거래는 정지 상태라, 현금화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채권 투자자도 문제입니다. 전자단기사채 400억 원, 공모 회사채 등의 차입금이 발행됐고, 상당수가 개인에게 판매됐습니다. 벨기에·미국 자산을 팔더라도 담보대출 상환이 우선이라, 채권단이 원금 전액을 회수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여기에 환헤지 거래처인 하나은행도 긴장하고 있습니다. 오는 5월 4일 환헤지 정산금이 예정돼 있어, 회생 과정에서 일부 손실이나 상환 지연 리스크가 하나은행 측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앵커>
상장 리츠 하나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2차 피해 우려는 어떻습니까?
<기자>
우선 제이알글로벌리츠를 담고 있는 리츠 ETF와 리츠 펀드입니다. 미래에셋, 삼성자산운용 등이 운용하는 리츠 ETF가 제이알글로벌리츠 지분을 5~8% 안팎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거래 정지로 기초자산 가격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워지면, ETF 순자산가치와 실제 거래 가격 사이의 괴리율이 커지고, 유동성 공급도 위축돼 투자자가 제값에 사고팔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다른 해외 부동산 문제입니다. 코로나 이전 공격적으로 설정된 뉴욕·독일·유럽 오피스 펀드 상당수가 만기를 2년씩 연장하며 버텨오고 있는데, 이 연장 만기가 올해 말에서 내년 사이 한꺼번에 돌아옵니다. 연장 동의를 못 받거나 리파이낸싱이 막히는 상품이 나오면, 제이알글로벌리츠와 비슷한 사례가 추가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 사태를 구조적으로 보면 어떤 위험 신호로 봐야 할까요?
<기자>
세 가지가 동시에 겹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째, 해외 오피스 가격 하락입니다. 벨기에뿐 아니라 뉴욕·독일 등 주요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 확산과 공실 증가로 전반적인 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둘째, 고금리 장기화입니다. 금리 상승으로 기존 대출 이자 부담은 커지고, 새로 돈을 빌리기도 어려워졌습니다. 셋째, 만기 몰림입니다. 코로나 시기에 연장했던 해외 부동산 대출과 펀드 만기가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한꺼번에 돌아오는 구간에 접어들었습니다.
이 세 가지가 겹치면, 임대는 버티는데 재무 구조가 못 버티는 리츠가 더 나올 수 있다는 게 시장의 걱정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이미 리츠 운용 과정 전반에 대한 특별검사에 착수했고, 정부도 리츠 산업 재무건전성과 감독 체계를 점검하기 위한 긴급 회의할 예정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증권부 이민재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