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비엘바이오의 파트너사인 컴퍼스 테라퓨틱스가 담도암 치료제 후보물질 '토베시미그(ABL001)'의 글로벌 임상 2/3상 결과를 발표했다. 임상에서 암의 성장을 늦추는 지표는 충족했으나 환자의 최종 생존 기간을 나타내는 지표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망스러운 임상 결과에 에이비엘바이오 주가는 두자릿수대 하락폭을 보이고 있다.
● 실망 매물 쏟아져 …섹터 전반 하락세 확산
28일 10시 30분 기준 에이비엘바이오의 주가는 20.56% 하락한 13만 7300원에 거래 중이다. 시가총액은 7조 70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며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도 6위에서 9위로 밀렸다.
바이오 대형주인 에이비엘바이오의 하락세는 코스닥 제약바이오 섹터 전반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알테오젠(-1.58%), 삼천당제약(-2.58%), 리가켐바이오(-2.67%), 펩트론(-3.53%) 등 섹터 전반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주가 하락은 담도암 치료제 후보물질 '토베시미그'의 임상 2/3상 데이터에서 비롯됐다. 파트너사인 컴퍼스 테라퓨틱스 발표에 따르면 토베시미그와 '파클리탁셀' 병용요법은 환자가 암 진행 없이 생존하는 기간인 무진행생존기간(mPFS) 중앙값이 4.7개월을 기록했다. 대조군인 파클리탁셀 단독요법의 2.6개월 대비 우월성을 입증했다.
그러나 환자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걸린 전체 기간을 뜻하는 전체생존기간(mOS) 중앙값은 병용요법군 8.9개월, 단독요법군 9.4개월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컴퍼스는 "대조군 환자의 54%가 치료 실패 후 토베시미그를 투여받은 교차 투여 영향으로 생존 기간 차이가 희석됐다"고 설명했다.
● DS투자증권 "FDA 승인은 힘들 것"
증권가에서는 실망스러운 임상 결과로 인해 신약 허가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체 생존 기간(mOS) 중앙값이 통계적으로 우월함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FDA 허가 획득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임상 과정에서 발생한 '교차 투여'가 결과 해석에 복잡함을 더했다고 지적했다. 교차 투여란 가짜 약·기존 약을 받던 대조군 환자의 상태가 악화됐을 때, 윤리적 이유로 시험 중인 신약(토베시미그)을 투여받게 하는 것을 말한다.
컴퍼스는 대조군 환자의 54%가 신약을 교차 투여받아 두 집단 사이의 생존 기간 차이가 희석됐다고 주장한다. 김 연구원은 "FDA는 특정 하위 집단의 지표를 승인 근거로 사용하지 않는다"며 "신약을 처음부터 쓴 환자들보다 나중에 교차 투여로 받은 환자들의 생존 기간이 더 길게 나타나는 결과가 나왔다. 2차 치료제보다는 3차 치료제로 더 적합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만든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런 결과가 에이비엘바이오의 기업 가치에 미치는 타격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담도암 시장 자체가 환자 수가 적어 규모가 작고, 암이 커지지 않고 버티는 기간인 '무진행 생존 기간(mPFS)'이 4.7개월로 짧아 약을 오래 팔 수 있는 상업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짚었다.
김 연구원은 "에이비엘바이오의 진정한 가치는 뇌혈관 장벽을 통과하는 셔틀 플랫폼인 '그랩바디-B'와 면역 세포를 깨워 암을 공격하게 만드는 '그랩바디-T' 기술에 있다"며 하반기 발표될 ABL111 임상 결과에 주목할 것을 권고했다.
● 메리츠증권 "승인 지연·추가 임상 가능성"
메리츠증권 역시 신약 허가 과정이 당초 계획보다 험난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김준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FDA는 암의 크기가 줄어드는 반응률보다 실제 환자가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생존 기간을 훨씬 중시한다"며 "생존 기간 비교에서 통계적 수치를 입증하지 못한 점은 승인 여부에 큰 불확실성을 준다"고 분석했습니다.
신약 출시 일정의 연기 가능성도 제기했다. 김 연구원은 "생존 기간 지표 부진으로 인해 우선 심사를 받지 못할 경우 신약 판매 허가 시점이 2028년 상반기로 밀릴 수 있다"며 "FDA가 효과를 다시 증명하라며 추가적인 확증 임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김 연구원은 에이비엘바이오의 신약 가치 하락분이 전체 기업 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고 평가했다. 메리츠증권이 추정한 토베시미그의 신약 가치는 약 1789억원 수준이다. 에이비엘바이오의 전체 시가총액과 대비하면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주요 투자 포인트인 그랩바디-B 플랫폼의 기술 확장성과 현재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ABL111'의 기술 이전 가능성은 훼손되지 않았다"며 "추가적인 기술 수출 소식과 임상 모멘텀에 계속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