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떡 소분하실 분"...한 그릇도 빠듯한 청년들

입력 2026-04-27 06:49


중고거래 플랫폼 등에서 대용량 판매 물품을 함께 사서 소분하는 모임이 유행하는 가운데, 식당 음식 메뉴까지 나누는 모임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일요일인 26일 오후 1시께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 떡볶이 전문점에서 20∼30대 손님 세 명은 떡볶이와, 토핑, 사이드 메뉴를 주문했다. 이들은 음식이 나오자 각자 준비해온 용기를 꺼내 숟가락으로 떡볶이를 퍼 담기 시작했다.



이들은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에서 '엽떡 팟 구하는 모임'을 통해 모였다. 엽떡은 매운맛으로 유명한 엽기떡볶이를 뜻한다. 팟은 파티(party), 즉 모임을 뜻한다.

이 모임을 운영 중인 20대 여성 '5호라(닉네임)'씨는 전날 오후 260여명이 모인 동네 채팅방에 "내일 점심 떡볶이 소분하실 분"이라고 공고를 올려 사람들을 모았다.

이날 주문한 음식값은 약 2만3천원인데 세 명이 나누자 인당 7천원 정도만 내고 혼자 먹기 적당한 양의 음식을 가져갈 수 있었다.

떡볶이를 좋아하는데 가격도 비싸고 양도 너무 많아 이 모임을 만들었다는 5호라씨는 "떡볶이만 2만원 가까이 나오는데 만두, 주먹밥까지 7천원 정도에 먹을 수 있어 좋다"며 "식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했다.

당근 등 지역 기반 커뮤니티에는 올 초부터 다양한 음식 나눔 모임이 속속 개설되고 있다. '엽떡 소분·매장에서 먹는 모임', '엽떡팸', '마라탕 먹는 모임' 등등이다.

이들 모임의 소개 글을 보면 "밥값 아끼면서 잘 먹고 싶은 사람들 모여라", "버려지는 음식과 통장 잔고를 구출하자"라는 등 돈을 아끼자는 내용이 많다.

그간 창고형 마트의 대용량 물품을 나누는 '코스트코 소분 모임'은 여럿 있었다. 지갑 얇은 청년들이 양이 많고 가격도 비싼 음식을 나눠 먹으며 식비를 아끼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창고형 마트 소분 모임에는 살림하는 주부가 주로 참여했다면 음식 소분 모임 참여자는 비싸진 식비에 부담을 느끼는 청년"이라며 "청년들의 목적 지향적이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특징이 드러난다"고 했다.

집밥까지도 'N분의 1'을 시도하는 모임도 있다. 여럿이 함께 식재료를 장 본 뒤 공유 주방 등에서 반찬을 만들고 나누는 '반찬 모임'이다. 비용은 구성원 수대로 1원 단위까지 철저히 나눠 낸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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