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호황인데…'이렇게 가다가는 위기' 경고 이유

입력 2026-04-26 07:56
수정 2026-04-26 09:56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 15%'를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하루 1조원의 손실을 넘어 삼성이 그동안 쌓아온 글로벌 시장 지위가 붕괴될 수 있다는 학계의 경고가 나왔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안민정책포럼 세미나에서 ‘삼성전자 노조 파업의 파급 효과’를 주제로 이 같은 전망을 내놨다. 안민정책포럼은 유일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정책연구 기구다.

삼성전자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는 지난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대규모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초기업노조는 삼성전자 최대 단일 노조이자 첫 과반 노조 지위를 획득한 단체로 이날 현장에 약 4만명이 모였다.

삼성전자 노조는 현재 연봉의 50%인 성과급 상한제를 폐지하고, 전체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배분하라는 요구를 내걸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가 영업익 300조원을 달성한다고 가정하면 45조원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것이다. 초기업노조가 이번 집회를 통해 세를 과시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5월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송 교수는 공장 가동 중단 시 손실 규모를 1분당 수십억원, 하루 약 1조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파업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 반도체 부문에서만 최대 10조 원의 영업이익이 증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국내 기업 사상 초유의 실적을 거둔 가운데 '성과급 치킨게임'이 국가 경제 회복을 저해하고 고질적인 노동시장 이중구조까지 심화할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송 교수는 직접적인 매출 타격은 물론 '보이지 않는 비용'에 주목했다.

송 교수는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이 리스크 분산을 위해 TSMC 등 대체 공급선을 검토할 수 있다"면서 "반도체 산업 특성상 한 번 이탈한 고객을 되찾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엔비디아와 AMD 등 주요 고객사들은 공급 안정성을 핵심 평가 항목으로 관리하고 있는 만큼 생산 차질은 곧바로 시장 선도 지위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엔비디아, 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이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내부 갈등에 역량을 소모하는 것 자체가 치명적인 기회비용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여기에 산업 생태계에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삼성전자와 연결된 1760여 개 소재·부품·장비 협력사의 경영난은 물론, 대규모 고용이 창출되는 평택캠퍼스 등 지역 경제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송 교수는 파업의 5대 핵심 리스크로 신뢰 자산 소멸, 전환비용에 따른 영구적 시장 상실, AI 반도체 패권 경쟁기 기회비용 상실, 핵심 인재 이탈,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를 꼽았다.

그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성과급 산정 기준의 불투명성으로 진단했다. 성과보상 기준 공개, 객관적 경영지표(ROIC 등) 기반 보상체계 정비, 이익 구간별 차등배분, 외부 검증 및 중재 장치 도입 등을 대안책으로 제시했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파업이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주고 반도체 가격 역시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주식의 절반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 우려가 크다. 실제 파업 리스크가 불거진 24일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를 1조772억원가량 순매도했다.

김동원 KB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이번 파업 이슈가 타이트한 메모리 수급 환경에서 공급 부족을 심화시켜 가격 상승 압력을 한층 강화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