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하게 죽고 싶다"…찬반 논란 속 결국

입력 2026-04-25 19:55
英 조력사망 합법화 무산 상원, 수정안 1천200건 발의해 차단


영국에서 말기 환자의 '조력 사망(assisted dying)'을 허용하려던 법안이 이번 회기 마지막 토론일인 24일(현지시간) 영국 상원을 통과하지 못하며 무산됐다.

이 법안은 여생이 6개월 이하로 예상되는 말기 환자가 의학적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마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6월 하원 3차 독회에서 찬성 314표, 반대 291표로 통과되며 입법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이후 상원 단계에서 제동이 걸렸다.

상원에서는 약 1천200건의 수정안이 쏟아지면서 회기 내 심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 가운데 800여 건은 7명의 상원의원이 제출한 것으로, 과도한 수정안 제출이 의사진행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합법화는 일단 무산됐지만 조력 사망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첨예하다. 찬성론자들은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은 제도 도입 시 환자에게 심리적 압박이 가해질 수 있고 보호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 법안을 공동 발의한 킴 레드비터(노동당) 하원의원은 내달 13일 국왕 연설(킹스스피치)로 의회가 개회하면 이번에 발의했던 것과 똑같은 내용으로 법안을 다시 낼 예정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의회법에 따라 두 차례 연속 회기에서 하원을 통과한 같은 법안은 상원 의결 없이도 최종 통과될 수 있다.

그러나 수정안 130건을 제기한 태니 그레이 톰슨 상원의원은 법안에 중대한 세부내용상 문제가 있어 수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라며 필리버스터라는 지적에 반박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그레이 톰슨 의원은 말기 환자이면서 임신부인 사람은 어떻게 할지, 조력 사망 합법화 시 장애인이 받을 수 있는 강압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등을 다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스코틀랜드 자치 의회에서도 지난달 유사한 조력 사망 법안이 부결된 바 있어, 영국 전역에서 해당 제도를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