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종합 반도체 기업 인텔이 지난 분기 월가 예상을 압도하는 실적과 가이던스를 내놓으면서 장 마감 이후 거래에서 한때 20% 넘게 급등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을 위한 협상이 교착 국면에 빠진 가운데 뉴욕 증시는 협상 관련 오보에 등락을 반복하며 외부 변수에 취약한 장세를 이어갔다.
현지시간 23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41% 내린 7,108.40으로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0.89% 하락한 24,438.50,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79.71포인트(0.36%) 내린 49,310.32로 장을 마쳤다.
S&P500과 나스닥 모두 장중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가 소프트웨어주 급락과 유가 상승, 지정학 불확실성에 눌려 하락 반전했다.
◆ AI 수요 힘입어 재고까지 털었다…주가 급등에 미 정부 지분가치, 4배 육박
인텔이 이날 공개한 2026회계연도 1분기 실적은 매출 135억 8천만 달러, 조정 주당순이익(EPS) 0.29달러로 월가 전망을 크게 뛰어넘었다. LSEG 등이 집계한 인텔의 1분기 컨센서스는 매출 123억 달러, EPS 10센트 수준으로 일부 기관은 적자를 겨우 면한 1센트까지도 내다봤다. 구조조정 등 비용 부담에도 총 마진은 41.0%로 컨센서스 34.5%를 6.5%포인트 상회했다.
이날 실적과 함께 내놓은 2분기 가이던스도 강력했다. 매출 전망치는는 최소 138억 달러에서 최대 148억 달러, 조정 EPS는 20센트로 각각 월가 전망인 130억 달러와 9센트를 압도했다.
부문별로는 데이터센터·AI 매출이 50억 5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2% 성장했고, 지난해까지 실적을 끌어내렸던 파운드리 매출은 54억 2천만 달러(+16%)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애플, 엔비디아, 테슬라 등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ASIC(주문형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거의 두 배로 늘었다.
립부 탄(Lip-Bu Tan)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 발표 자료에서 "AI의 다음 물결은 인텔리전스를 사용자에게 더 가까이 가져다 주는 것"이라며 “대형 언어모델의 파운데이션 모델에서 추론, 그리고 에이전틱 AI로 이동하는 흐름이 인텔의 CPU, 웨이퍼, 첨단 패키징에 대한 수요를 의미 있게 늘렸다"고 강조했다.
컨퍼런스콜에서 탄 최고경영자는 "엄청난 수요가 있었다”면서 “우리 팀은 공급을 맞추려 매우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고객들의 수요가 계속 증가하면서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공지능 인프라 핵심이 기존 가속기에 그치지 않고, 메모리 반도체와 CPU로 이어지면서 종합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그 수혜를 입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이번 실적에 앞서 구글의 워크로드 최적화 인스턴스 전반에 제온 6(Xeon 6)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다년간 협력을 발표했고, 엔비디아로부터 차세대 DGX 루빈 NVL8 시스템의 호스트 CPU 공급사로도 지정받았다.
월가 전망을 뛰어넘은 이번 실적 발표로 인텔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한때 20% 넘게 급등하며 주당 80.2달러까지 치솟았다. 정규 거래 외 기록이지만 이날 인텔 주가는 닷컴 버블 정점이었던 2000년 8월(주당 75.81달러) 이후 26년 만이자, 역대 최고 기록에 해당한다.
자국 반도체 기업 육성을 위해 지분 투자를 단행했던 미국 정부도 대박을 터뜨리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8월 CHIPS법 등에 따른 지원 자금 89억 달러를 인텔 보통주 4억 3,330만 주와 맞바꾸는 방식으로 지분 9.9%를 확보했다.
미 정부의 당시 매입 단가는 주당 20.47달러로 이날 시간 외 거래에서 인텔 주가 상승 최고가를 반영하면 정부 보유 지분의 평가가치는 9개월 만에 4배 가량으로 불어난 셈이 된다.
◆ 실적까지 흥했다…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17주째 랠리
AI 수요는 대형 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핵심 부품 사들의 주가도 끌어올렸다. AI 데이터센터의 연결 속도와 전력 한계를 풀 기술로 강곽받는 실리콘 포토닉스(광학 반도체) 기업인 마벨 테크놀로지가 5.24% 올랐고, 고속 데이터센터 연결용 반도체 업체 맥스리니어는 하루 만에 30% 넘게 폭등했다.
맥스 리니어는 데이터센터 등의 광학 통신 반도체 등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43% 늘고 인프라 부문 매출은 130% 넘게 증가했다. 또한 2분기 매출 가이던스에서 컨센서스 1억 3700만 달러를 넘어선 1.6억 달러에서 1.7억 달러를 제시해 시장에서 재평가를 받고 있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도 이날 주가가 18% 넘게 급등하며 2000년 이후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지난 분기 매출액은 48억 3천만 달러, EPS 1.68달러로 월가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했고, 이러한 실적의 90%를 데이터센터 부문에서 일으켰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이로 인해 이날도 1.71% 오른 1만 78.57로 17거래일 연속 상승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반도체 기업들이 강한 흐름을 보여줬지만, 이날 시장은 소프트웨어 섹터의 하락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전날 분기 실적 둔화 사실을 공개한 서비스나우는 이날 17.75% 급락했고, IBM도 매출 등은 양호했지만 AI 여파로 인한 컨설팅 사업 둔화 우려가 드러나 8% 가량 하락했다.
같은 소프트웨어 섹터 내에서 세일즈포스는 8.7%, 허브스팟이 7% 안팎 내렸고, 최근 회복세를 보였던 어도비·인튜이트도 각각 6% 가량 하락했다.
이날 3.97% 내린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내 직원의 약 7%에 해당하는 8천여 명에게 자발적 퇴직을 제안한 사실이 블룸버그 등을 통해 공개됐다. 메타 플랫폼 역시 다음달 20일 기준 전체 인력의 10%인 약 8천 명을 감원하고, 채용 예정이던 공석 6천 개도 없앨 예정이다.
테슬라는 차량 마진은 회복세를 보였으나, 올해 자본지출을 250억 달러로 기존 가이던스 200억 달러에서 대폭 상향한 여파 등으로 3.56% 내렸다. 또 일론 머스크 CEO는 전날 컨콜에서 "하드웨어 3 차량은 무감독 완전자율주행(FSD)을 구현할 수 없다"며 기존 전기차 구매자들에게 트레이드인 할인을 제공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이와 관련 평생 FSD 이용권에 수천 달러를 지불한 오너들의 집단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 휴전에 안도하던 시장…'갈리바프 배제' 오보에 한때 휘청
미국과 이란 종전 협상은 이날도 시장을 흔드는 변수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기한 휴전 선언으로 안도하던 시장은 이날 낮 이스라엘 N12 방송이 이란 수석 협상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의 협상단 배제됐다는 오보에 S&P500 기준 한때 0.7%까지 밀리고, 변동성지수가 급등했다.
그러나 이란 현지 언론인이 해당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시장은 오후 2시 이후 낙폭을 일부 되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부터 자신의 트루스소셜 글을 통해 “시간은 이란의 편이 아니다”라면서 이란측에 해협 재개방과 양보를 잇따라 촉구했다.
또한 트럼프는 이란에 대한 휴전과 병행해 진행하고 있던 이스라엘·레바논 고위 대표단의 이날 2차 회동 이후 두 나라간 휴전도 3주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조지프 아운 레바논 대통령을 가까운 시일 내 백악관에 초청하겠다면서 협상 타결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이란 해상 대치는 8주째 이어지고 있다. 미군은 인도양에서 이란산 원유를 중국으로 수송 중이던 초대형 유조선에 대한 검문을 진행했으며, 이란도 상선 2척을 나포했다고 주장하는 등의 여파로 유가는 상승세를 재개했다.
이날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5달러 선까지 올랐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는 전날보다 3.93% 뛴 배럴당 96.61달러까지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