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건 참아준다고?"…나이키 간판 한 줄에 '역풍'

입력 2026-04-21 17:27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보스턴 마라톤을 앞두고 내건 광고 문구로 거센 비판을 받으며 결국 사과했다. 완주를 위해 걷기를 병행하는 참가자와 장애인 선수들을 낮춰봤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스포츠 매체 인사이드더게임스는 21일(한국시간) 나이키가 광고 문구 논란으로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나이키는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자사 매장 쇼윈도에 '러너는 환영, 워커는 용인'(RUNNERS WELCOME. WALKERS TOLERATED)이라는 대형 간판을 설치했다.

논란은 문구에 포함된 'Tolerated'라는 표현에서 커졌다. 단순히 받아준다는 수준을 넘어 참아준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뛰는 엘리트 러너만 진정한 참가자로 보고, 걷기를 병행하는 이들을 한 단계 아래로 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보스턴 마라톤은 험난한 언덕 코스와 변덕스러운 날씨로 유명하다. 완주를 목표로 뛰기와 걷기를 병행하는 참가자가 적지 않은 만큼 대회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광고라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러닝 팟캐스트 '백 오브 더 팩'은 "나이키의 엘리트주의적 속물근성"이라며 "나이키의 슬로건 '저스트 두 잇' 대신 '저스트 두 베터'를 실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보스턴 마라톤 출전권을 5차례 획득한 장애인 선수 로빈 미쇼는 "진정한 투지가 무엇인지 보려면 장애인 선수 대기 구역에 와보라"고 지적했다.

런-워크 방식으로 대회 출전권을 따낸 러닝 코치 에이미 구글러도 "우리는 사람들을 고립시키고 조롱할 것이 아니라 포용적인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한다"며 "런-워크 러너로서 이 문구는 매우 모욕적"이라고 말했다.

비판이 커지자 나이키는 공식 성명을 내고 수습에 나섰다.

나이키 측은 "우리는 페이스나 경험, 거리에 상관없이 더 많은 사람이 러닝에서 환영받기를 바란다"며 "보스턴 대회 응원 간판 중 하나가 의도에서 벗어났다. 이번 일을 계기로 모든 러너를 위해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간판은 설치 하루 만에 철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