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이후 첫 여객선 해협 통과..트럼프 "핵 프로그램도 끝내야" [글로벌마켓 A/S]

입력 2026-04-18 08:18
수정 2026-04-18 08:19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민간 선박에 전면 개방하면서 7주째 이어진 미국과 이란 전쟁이 해빙기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17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국제유가는 배럴당 10% 넘게 급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블룸버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무기한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하며 "대부분의 쟁점은 이미 타결됐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X(엑스, 옛 트위터) 계정에 "레바논 휴전에 맞춰 남은 휴전 기간 모든 상업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완전히 개방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조치는 완전한 자유 항행이 아닌 이란 항만해사청이 지정한 항로를 따르도록 제한을 뒀다.

현지 반관영 매체인 타스님 통신은 “적대 국가와 연계된 선박과 화물은 통과가 허용되지 않는다”며 “미국의 봉쇄가 지속되면 해협은 다시 폐쇄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 해군은 해협 내 기뢰 제거 이후 지난 14일부터 이란과 연계한 선박의 해협 진출입을 막는 역봉쇄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번 주 미국과 이란의 대화 재개, 이스라엘-레바논 휴전에 이어 해협 통항 재개 소식까디 더해지면서 뉴욕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 오른 7,126.06으로 사상 처음 7,100선을 돌파했다. 나스닥 종합지수 역시 1.52% 상승한 24,468.48에 마감하며 1992년 이후 최장인 13거래일 연속 상승 행진을 이어갔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868.71포인트(1.79%) 오른 49,447.43에, 러셀2000지수도 2% 넘게 오르며 모두 기록을 새로 썼다.

전쟁 공포가 잦아들면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4.246%로 내려 앉았고, 달러 인덱스는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97선까지 내려왔다.

꽉 막혔던 유조선과 천연가스 선박 운항 재개 기대로 원유 시장의 낙폭은 더 크게 나타났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 인도분 가격은 하루 만에 10.46% 떨어진 배럴당 84.79달러, 북해산 브렌트유 6월물은 8.51% 내린 배럴당 90.93달러를 기록했다. 원유 현물 가격의 기준인 데이티드 브렌트유(Dated Brent)는 3월 11일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루스소셜 게시물을 통해 "이란이 다시는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면서 “100% 통행은 가능하지만, 합의를 도출하기 전까지 이란 선박에 대한 봉쇄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악시오스가 200억 달러 규모의 이란 동결 자금을 해제하는 대가로 농축 우라늄 비축분을 포기할 수 있다는 보도에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B-2 폭격기로 만든 핵 먼지를 전부 회수할 것”이라면서 “어떠한 형태로든 돈은 오가지 않으며 레바논과 연계된 것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시장의 단기 랠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월가의 경계감은 여전하다. 전 미 무역대표부 부대표를 지낸 사라 비앙키 에버코어ISI 전략가는 "이란 위기는 잠재적이면서 취약한 방식의 해법으로 다루어지고 있다”면서 “당장의 시장 불확실성은 덜어내겠지만, 핵심 쟁점은 미해결 상태로 남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에너지 분석 기관인 케이플러(Kpler)의 맷 스미스 상품연구책임은 CNBC를 통해 “여러 유조선과 화물선이 해협을 빠져나가려 시도했지만 갑자기 되돌아 갔다”며 “분명히 통과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이란측의 해협 개방 발표 이후 민간 여객선 가운데 셀레스티얼 디스커버리호가 두바이 항만 정박 47일 만에 오만을 끼고 해협을 탈출한 사실도 공개되는 등 엇갈린 소식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 의장은 이날 늦은 오후 X를 통해 “(미국의)봉쇄가 계속된다면 호르무즈 해협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해협 통과는 지정된 경로에 따라 이란의 허가를 받아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해협 완전 개방과 핵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는 과거 오바마 행정부 당시의 포괄적핵협정(JCPOA)과 같은 방식으로 윤곽이 잡힐 가능성도 거론된다. 2015년 당시 미 행정부와 영국·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 등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3.67% 이하로 15년간 제한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수용하는 등의 조건으로 제재 완화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당시인 2018년 이 협정을 "역대 최악의 합의"라 부르며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제한 조치가 시한부였고 탄도미사일·대리세력 지원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는 이유다.

이와 관련 롭 마케어 전 주이란 영국대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단기간 내 미-이란 합의는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론은 시장 여파를 의식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핵 문제의 경우 이란이 사찰단 수용과 일정 기간 우라늄 농축 중단에 동의하는 선에서 접점이 가능하겠지만, 호르무즈 해협 지배권과 이란의 안전 보장 요구는 훨씬 복잡할 것으로 봤다.

미국과 이란 간 대화에 대한 기대 속에 시장의 시선은 다음 주 실적 시즌과 이달 28일부터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로 옮겨가고 있다.



스콧 럽너 시타델 증권 주식·파생전략 헤드는 "이번 시장의 조정은 대형 우량주, 성장주에 더 건설적인 진입 시점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이달 27일부터 5월 1일 사이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메타·애플·아마존 등 S&P500 기업의 45%가 성적표를 공개하고, 규제 당국의 인가를 받은 미 기업 자사주 매입 규모도 사상 최대인 4280억 달러에 이르는 등 시장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하락했지만, 올해 연준 통화정책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이날 앨라배마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리스크가 노동시장에 대한 리스크를 압도한다면 정책 금리를 현재 목표 범위에 유지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며 금리 동결 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한편 오는 21일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케빈 워시 차기 Fed 의장 후보가 상원 인사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같은 날 미-이란 2주 휴전 협상이 만료되는 등 전쟁 종료 여부를 둘러싼 협상 결과가 시장의 흐름을 바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