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2차 회담 낙관론에 유가·달러↓금↑- [글로벌 머니플로우]

입력 2026-04-15 07:44


미국과 이란이 이르면 향후 이틀 안에, 파키스탄에서 다시 만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주말 결렬됐던 협상의 불씨를 어떻게든 살려보겠다는 건데, 트럼프 대통령도 직접 '상대측이 간절히 합의를 원하고 있다'며 회담 재개 가능성에 힘을 실었습니다.

시장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입니다. 회담 장소와 시간을 조율하는 동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을 잠시 멈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고공행진하던 유가는 일단 90달러대 초반까지 몸을 낮췄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이란 정부 역시 전면전만큼은 피하고 싶어 한다는 강력한 '긴장 완화'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당장 배가 다니지 못하면 공급 차질은 더 심해지겠지만, 시장은 지금 그 '부족한 물량'보다 '합의의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모습입니다. 글로벌 리스크 컨설팅 업체인 컨트롤 리스크의 아니세 바시리 타브리지 분석가는 “이란 입장에서 며칠 정도 배를 세우는 건 그리 큰 손해가 아니”라고 짚었는데요. 오히려 이 짧은 멈춤이 다음 회담을 앞두고 미국에 '우리는 진지하게 대화할 준비가 됐다'는 신뢰를 주는 카드로 쓰일 수 있다는 겁니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인 겔버 앤 어소시에이츠는 “지난 24시간 동안 시장은 ‘수급 균형’이라는 정석적인 흐름을 완전히 벗어났다”고 진단했습니다. 한마디로, 지금 유가는 실제 원유가 얼마나 남았느냐보다 '협상이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되느냐'라는 확률 게임에 따라 춤을 추고 있다는 건데요.

현지 상황은 여전히 긴박하고 물리적 공급 차질도 계속되고 있지만, 시장엔 이미 '곧 해결되겠지'라는 기대감이 만연하고요. 유가가 급등했을 때 미리 사뒀던 물량을 팔아치우는 차익 실현 매물까지 쏟아지고 있습니다.

한편, 뱅크오브아메리카의 4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2026년 말 유가가 배럴당 84달러 수준에서 거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80에서 90달러 사이로 전망하는 사람들이 34%로 가장 많았고요. 70에서 80달러 사이가 28%, 90에서 100달러 사이는 22%로 집계됐습니다.

반대로 금과 은 선물은 나란히 상승했습니다. 휴전 협상 재개 소식이 들려오자, 인플레이션 우려가 줄어들거란 기대, 그리고 상업적 수요가 살아날 거란 낙관론이 번졌고요. 여기에 더해 달러 인덱스가 6주래 최저치로 떨어진 점도 금값을 지지했습니다.

한편, 오늘 발표된 미국의 3월 PPI 데이터는 시장의 예상을 밑돌았습니다. 물론 전쟁 여파로 에너지 비용이 8.5%나 급등하긴 했지만, 이를 제외한 근원 물가는 상승폭이 둔화됐는데요. 주목할 점은 이 지표가 발표된 직후에도 금속 시장은 큰 동요가 없었다는 겁니다. 지금 시장은 숫자 하나하나보다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될지, 그리고 그로 인해 달러와 유가가 어디까지 밀릴지에 더 집중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사실 안전자산인 금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금값은 전쟁 전보다 9% 가까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요. 지난달 투자자들이 다른 자산에서 본 손실을 메우기 위해, 가장 수익률이 좋았던 금을 팔아치웠던 여파가 여전히 시장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전쟁 직후 무섭게 치솟으며 시장을 압도했던 달러화의 기세는 마침내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습니다. 달러 인덱스는 현재 전쟁 직전인 2월 27일 수준까지 내려온 건데요. 한때 전쟁 여파로 3% 넘게 급등하며 '슈퍼 달러'의 위상을 뽐내기도 했지만, 종전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하자 그동안의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유럽과 영국의 통화 가치 회복입니다. 인플레이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유로존과 영국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유로화는 1.18달러 선을 회복했고, 최근의 손실을 모두 만회했고요. 파운드화 역시 전쟁 전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결국 이번 주가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이번 2차 회담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유가는 언제든 다시 튈 수 있는 상황이고요. 이에 따라 글로벌 자금 흐름에도 또 다른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글로벌 머니플로우였습니다.

김지윤 외신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