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기업가치가 1,200조원대로 평가된 가운데 내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전략과 가치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분위기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오픈AI는 약 8,520억달러(약 1,260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용 챗GPT 시장 방어와 기업용 AI 시장 공략을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을 두고 일부 투자자들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초기 투자자는 "연간 50~100% 성장하는, 10억 사용자를 둔 챗GPT가 있는데 왜 기업용 설루션이나 코드에 대해 얘기하는 거죠?"라며 "이 회사는 방향성이 전혀 잡혀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쟁사 앤트로픽의 급성장이 이러한 문제 제기를 키웠다는 FT의 분석이다. 앤트로픽은 AI 모델 '클로드' 이용 증가를 바탕으로 연환산 매출이 작년 말 90억달러에서 현재 30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는 약 13조3,000억원에서 44조4,0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된 것이다.
반면 오픈AI는 지난 2월 기준 연환산 매출 250억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두 회사의 회계 기준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다.
양사에 모두 투자한 한 투자자는 오픈AI의 최근 투자 라운드를 정당화하려면 기업공개 시 기업가치가 최소 1조2,000억달러 이상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가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앤트로픽의 최근 기업가치가 3,800억달러 수준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기대는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장외 시장에서는 앤트로픽 투자 수요가 더 높아졌고 프리미엄 역시 처음으로 오픈AI를 앞섰다.
앤트로픽에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한 아이코니크 캐피털의 로이 루오는 "양사 모두 기회는 있지만 결국 1등과 2등이 존재하고 1등이 훨씬 더 큰 성과를 가져가는 구조다"라며 "우리는 선택했다. 앤트로픽에 대규모로 투자했다"고 말했다. 이어 "앤트로픽이 지금 전성기를 누리고 있고 우리가 축하받고 있지만 지난해에는 모두가 오픈AI 초기 투자자들을 축하했다"고 덧붙였다.
오픈AI는 전략 조정에도 나선 모습이다. 연말까지 인력을 약 8,000명 수준으로 늘리고 기업 고객 비중을 현재 약 40%에서 절반 수준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8기가와트 규모의 컴퓨팅 자원 확보를 강조하며 이는 앤트로픽이 2027년까지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한 관계자는 "우리 모델이 조금 덜 뛰어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충분히 서비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도 재편 중이다. 동영상 생성 서비스 '소라'와 성인용 챗봇 개발은 보류하고 기업용 코딩 도구 '코덱스'에 집중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코덱스가 향후 챗GPT보다 더 중요한 사업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이 사업은 마진이 훨씬 높다. 컴퓨팅 자원을 소비자용에서 기업용으로 옮기기는 매우 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잦은 방향 수정에 대해 우려도 적지 않다. 한 주요 투자자는 "오픈AI는 너무 많은 것들을 하고 있었고 베팅도 너무 많았다"며 "이제는 몇 가지 핵심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전략적 표류'로 해석하고 있다. 투자사 사파이어 벤처스의 제이 다스는 오픈AI를 "AI 업계의 넷스케이프"에 비유하며 향후 경쟁 구도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