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며 러시아와 밀착 행보를 보여온 헝가리 총선에서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참패했다.
그를 공개 지지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의 정치적 입지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12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 결과는 유럽 정치 지형을 넘어 미국 정치권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AP통신은 이번 선거를 두고 "미국 반대편에 있는 유럽의 작은 나라에서 치러진 선거였지만 오르반 총리의 패배는 미국에도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오르반 총리는 글로벌 우파 진영의 상징적 인물로 꼽히며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보수 진영의 강한 지지를 받아왔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6개월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르반 총리의 승리를 공개적으로 다섯 차례 언급했다. 여기에 더해 중동 전쟁 국면 속에서도 JD 밴스 부통령을 헝가리에 보내 지원에 나서는 등 이례적으로 적극적인 개입 행보를 보였다.
밴스 부통령은 현지 방문에서 "선거를 앞둔 오르반 총리를 최대한 돕고 싶다"고 밝혀 사실상 공개 유세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헝가리 국가선거위원회 집계 기준 개표율 97.74% 상황에서 야당 티서가 199석 중 138석을 확보한 반면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여당 피데스는 55석에 그쳤다.
이번 결과는 특정 국가 지도자가 타국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가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AP통신은 "오르반 총리의 패배는 이란 전쟁으로 어떻게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국 정치인 지원 역량이 줄어들었는지 상기시킬 뿐 아니라 이념적 성향이 뚜렷한 지도자들에 대한 불만이 전 세계적으로 고조되는 시대에 표심을 바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도 이번 선거를 분석하며 공개 지지가 실패로 돌아간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을 대표적인 패배자로 꼽았다.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독재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은 결국 민폐를 끼치게 된다"고 비판했고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이제 11월에는 의회에 있는 트럼프 추종자들과 마가 극단주의자들의 차례"라고 경고했다.
EU도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2일(현지시간) 오르반 총리가 총선 패배를 인정한 지 단 17분 만에 소셜미디어에 "헝가리는 유럽을 선택했다. 한 나라가 유럽으로의 길을 되찾았다. EU는 더 강해질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오르반 총리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야심차게 밀어붙인 정책에 번번이 딴지를 놓으며 좌절감을 안겨왔던 바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오늘은 유럽이 승리했고, 유럽의 가치가 승리했다"고 말했다.
EU는 오르반 총리의 퇴장으로 그동안 헝가리의 반대로 진척이 되지 못하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900억 유로(152조원) 대출 지원, 러시아 추가 제재,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등의 핵심 현안에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헝가리 총선 결과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